초저가 시대, PB로 가격-차별화 동시 잡기

초저가 시대, PB로 가격-차별화 동시 잡기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11월 27일
수정일: 2025년 11월 27일

중국 유통을 뒤흔든 130원 생수와 1.5조원 매출의 '하드 할인'. 공급망 혁신과 PB 전략으로 원가를 20% 이상 절감하는 비결을 통해 한국 외식업 생존 전략을 제시합니다.

생수 한 병 가격이 130원.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투안(美团)이 오프라인 슈퍼마켓을 열며 내건 가격입니다. 이는 단순히 싼 가격을 넘어, 중국 유통 시장의 판을 뒤흔드는 '하드 할인(Hard Discount)' 모델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습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브랜드 명성보다 ‘가치’를 따지기 시작했고,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유통의 모든 단계를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출처: Freepik

중국 유통 시장의 변화는 한국 외식업 경영자들에게 익숙한 고민, 즉 원가 압박과 치열한 경쟁을 새로운 각도에서 보게 합니다. 가격 경쟁이 심화되는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가 여기에 있습니다.

허마 NB, 상반기 매출 1조 5천억 원의 비밀

출처: 超盒算NB

알리바바의 신선식품 유통 채널 허마(盒马)가 내놓은 하드 할인 전문점 ‘초허쑤안 NB(超盒算NB)’는 2025년 상반기에만 80억 위안(약 1조 5천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매장 수는 6개월 만에 두 배로 늘어 약 300개에 육박합니다. 이들의 성공은 철저히 ‘가격’과 ‘효율’에 맞춰져 있습니다.

초허쑤안 NB는 600~800㎡ 규모의 소형 매장을 인구 밀집 주거 지역에 집중적으로 열어 500m 반경 내 고객을 공략합니다. 매장에서 취급하는 품목(SKU)은 약 1,500개로, 대형마트보다 훨씬 적습니다. 이는 ‘넓은 품목 좁은 상품(宽类窄品)’ 전략에 따른 것입니다. 다양한 카테고리는 유지하되, 각 카테고리에서는 소수의 검증된 상품만 판매하여 재고 관리와 운영 효율을 극대화합니다. 소비자는 선택의 피로를 덜고,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하드 할인 모델은 온라인 플랫폼으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메이투안이 론칭한 ‘콰이러허우(快乐猴)’는 공장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F2C) 방식으로 중간 유통을 완전히 제거했습니다. 이들의 파격적인 가격 정책은 이미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기존 할인점들을 위협하며, 중국 유통 시장의 가격 기준을 새로 쓰고 있습니다.

원가 20~30% 절감, 공급망 혁신에 답이 있다

출처: Freepik의 1933bkk

하드 할인 모델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공급망에서 나옵니다. 중국 유통 기업들은 벌크 구매 방식으로 생산자로부터 직접 대량으로 상품을 구매합니다. 중간 유통 단계를 모두 생략함으로써 기존 방식 대비 원가를 20~30%까지 낮추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최종 판매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동력입니다.

안정적인 저가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량 구매를 통한 원가 절감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이는 초기 투자 비용과 운영 노하우가 부족한 중소 브랜드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일부 외식 기업들은 소규모 업체들이 연합하여 공동 구매 시스템을 구축하고 생산자와 직접 계약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공급망 효율화는 단순히 식자재를 싸게 사는 문제를 넘어섭니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수요 예측 시스템을 도입해 재고와 폐기율을 최소화하고, 배달 동선을 최적화하는 등 운영 전반의 혁신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초저가 고효율’ 구조를 만들어야만 지속 가능한 하드 할인 모델이 완성됩니다.

자체 브랜드 비중 60%, 가격과 차별화를 동시에

출처: 超盒算NB

초허쑤안 NB 매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50~60%는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 PB) 상품입니다. PB 상품은 유통사가 직접 상품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기 때문에 높은 마진율을 확보하면서도 시중 유사 제품보다 15~20% 저렴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격 경쟁력의 원천이자, 다른 곳에서는 살 수 없는 독점 상품을 통해 고객을 묶어두는 강력한 무기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외식 브랜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중국의 유명 루웨이(卤味, 중국식 조림 요리) 전문점 ‘주웨이(绝味)’는 ‘루샤오셴(卤小鲜)’이라는 신선 루웨이 슈퍼마켓을 열었습니다. 기존 매장이 소수의 핵심 메뉴 판매에 집중했다면, 루샤오셴은 조림 요리를 기반으로 한 신선 채소, 간편식, 반찬 등 약 100가지의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으로 진화했습니다. 외식 브랜드가 자신들의 핵심 역량을 기반으로 HMR과 PB 상품을 개발해 유통 채널로 직접 뛰어드는 것입니다.

이는 외식과 유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대형 유통사들이 고품질의 저렴한 PB 간편식을 대거 출시하면, 외식업체의 테이크아웃 및 배달 메뉴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습니다.

가격을 넘어 가치를 증명할 시간

중국 시장에서 벌어지는 하드 할인 경쟁은 단순히 ‘더 싸게 파는’ 싸움이 아닙니다. 공급망 혁신, 데이터 기반 운영, 자체 브랜드 개발 역량이 모두 결합된 총력전입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하드 할인 시장 침투율은 8%로, 독일(42%)이나 일본(31%)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이는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외식 브랜드 경영자들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의 공급망은 얼마나 효율적입니까? 우리 브랜드만이 만들 수 있는 차별화된 PB 상품은 무엇입니까? 가격 경쟁을 넘어, 우리 브랜드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독점적인 가치를 증명할 준비가 되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