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와하하 유통망 붕괴? 후계자의 치명적 실수

중국 와하하 유통망 붕괴? 후계자의 치명적 실수

작성일: 2025년 12월 6일
수정일: 2025년 12월 6일

중국 와하하의 후계자 브랜드가 41일 만에 철수하며 유통망 붕괴와 가족 경쟁자의 위협에 직면했습니다. 이 기사는 글리코의 연 600억 원 R&D 사례를 통해 브랜드 지속가능성의 본질과 가족 경영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중국 최대 음료 제국 와하하(Wahaha) 그룹의 후계자가 야심 차게 내놓은 신규 브랜드가 출시 41일 만에 철회되었습니다. 수십 년간 쌓아 올린 유통망이 하루아침에 등을 돌렸고, 창업주 가족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가 되었습니다. 거대 기업의 승계 과정에서 벌어진 균열은 브랜드의 존속이 혈연이 아닌 다른 것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41일 만의 철수, '와샤오쭝'의 실패가 보여준 것

출처 : 와하하(Wawa) 홈페이지

창업주 쭝칭허우(宗慶後) 회장 사후, 딸인 쭝푸리(宗馥莉) 전 회장의 선택은 기존 브랜드를 대체하는 것이었습니다. 와하하 상표권 사용이 주주들의 만장일치 동의를 필요로 하는 지배구조에 발목이 잡히자, 그녀는 자신의 개인 기업 훙성(Hongsheng) 그룹을 통해 신규 브랜드 ‘와샤오쭝(娃小宗, Wawa Zong)’을 론칭했습니다. 2026년부터는 ‘와하하’를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수십 년간 함께해 온 유통사들이 ‘와샤오쭝’ 제품 수령을 거부하며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와하하 그룹 측은 ‘와샤오쭝’을 취급하는 유통사의 기존 와하하 제품 유통 자격을 박탈하겠다고 통보하며 전선을 명확히 했습니다. 브랜드의 힘은 본사뿐만 아니라 유통 파트너와의 신뢰 관계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입니다. 쭝푸리 회장 취임 후 단행된 급진적 조직 개편으로 최소 15명 이상의 고위 임원이 회사를 떠난 것도 내부 붕괴를 가속화했습니다.

'동일 배합, 더 낮은 가격'의 습격

출처 : 와하하(Wawa) 홈페이지

외부의 균열은 내부의 더 큰 위협을 불러왔습니다. 쭝푸리의 숙부이자 창업주의 동생인 쭝쩌허우(宗泽后)가 ‘와샤오즈(娃小智)’라는 브랜드를 들고나온 것입니다. 전략은 단순하고 강력했습니다. 와하하의 핵심 제품인 AD칼슘 우유, 미네랄 워터 등을 그대로 복제해 “동일한 배합, 더 낮은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심지어 ‘무가입비, 무대리비’에 더해 30만 위안(약 5,600만 원) 이상 선납 시 SUV 차량을 증정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유통망을 흔들었습니다. 한때 가장 든든한 울타리였던 ‘가족’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모방하고 가격 경쟁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된 순간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의 집안싸움이 아니라, 브랜드 자산이 얼마나 쉽게 복제되고 위협받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냉혹한 현실입니다.

연간 60억 엔의 R&D, 10년에 걸친 '포키' 리뉴얼

출처 : 글리코(Glico)

반면 일본의 제과 기업 글리코(Glico)는 다른 길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연간 약 60억 엔(한화 약 520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연구 개발에 쏟아붓습니다. 2022년 51억 엔, 2023년 59억 엔, 2024년 62억 엔으로 투자는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이 투자는 ‘맛과 건강’이라는 명확한 철학 아래 건강한 노화, 뇌 기능 향상 등 5대 중점 분야로 향합니다.

출처 : 글리코(Glico)

그 결과는 시장이 기억하는 제품으로 나타납니다. 저당질 브랜드 ‘SUNAO’ 아이스크림, ‘아몬드 효과(アーモンド効果)’ 음료의 성공적인 확장, 그리고 간판 제품인 ‘포키(Pocky)’를 10년에 걸쳐 리뉴얼하는 집요함이 글리코의 경쟁력입니다. 물론 글리코 역시 2024년 시스템 장애로 200억 엔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등 운영 리스크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기업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혈연이 아닌, 미래를 향한 꾸준한 투자와 혁신입니다.

가업(家業)을 넘어 기업(企業)으로

와하하의 사례는 브랜드라는 자산이 창업주 가문의 전유물이 될 때 어떤 위험에 직면하는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유통망과의 신뢰, 내부 구성원의 지지,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의 기대를 저버린 승계 계획은 기업 전체를 흔들었습니다. 반면 글리코는 세대를 이어 '맛과 건강'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혁신합니다.

결국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은 누구의 소유인지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투명한 지배구조와 끊임없는 R&D로 무장한 전문 기업만이 100년의 시간을 통과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만들고 있는 브랜드는 다음 세대에게 무엇으로 기억되길 원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