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산물만 넣으면 망합니다" 일본의 경고

"특산물만 넣으면 망합니다" 일본의 경고

작성일: 2025년 12월 8일
수정일: 2025년 12월 8일

일본 로컬 브랜딩의 대전환. 300년 된 간장공장, 스시집 라멘 등 성공 사례로 본질과 스토리를 팔아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를 만드는 법을 확인하세요.

단순히 지역 특산물을 넣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어렵습니다. 일본 전역에 2,000종이 넘는 지역 카레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이제 일본의 F&B 브랜드들은 원재료의 한계를 넘어 지역의 역사, 공간, 고유한 철학을 파고들며 완전히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경험'과 '스토리'를 어떻게 설계하고 있을까요?

"술은 쌀이 아니라 물이다": 본질을 파고드는 재정의

출처 : 山梨県酒造組合

야마나시현(山梨県)은 와인으로 유명하지만, 사케 시장에서의 정체성은 모호했습니다. 이들은 지역 사케의 품질과 개성을 알리기 위해 지리적 표시 인증인 'GI 야마나시'를 리뉴얼하며 '술은, 물이다(酒は、水。)'라는 파격적인 태그라인을 내세웠습니다. 이는 '사케는 쌀로 만든다'는 상식을 뒤엎는 접근입니다. '천연의 물병'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지역의 수자원, 즉 가장 본질적이고 차별화된 자산을 전면에 내세워 품질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구축한 전략입니다.

출처 : 山梨県酒造組合

단순히 '지역 재료를 넣었다'고 말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일본 카레종합연구소 역시 지역 활성화를 위해 '콘셉트형 카레 마을 부흥'을 제안합니다. 지역 식재료가 아닌, 그 지역의 역사, 문화, 인물을 엮어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만들어야만 수많은 유사 제품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고객은 이제 카레를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이야기를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300년 된 창고가 F&B 복합문화공간으로

출처 : 笛木醤油

사이타마현(埼玉県)의 간장 제조사 '후에키 쇼유(笛木醤油)'는 에도 시대에 지어진 목조 창고를 개조했습니다. 이곳은 더 이상 간장을 만드는 공장이 아닙니다. 간장 제조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이곳에서만 살 수 있는 오리지널 상품을 쇼핑하며, 레스토랑에서 특별한 메뉴를 즐기는 복합문화공간 에도구라(江戸蔵)로 재탄생했습니다. 300년 역사의 고구마로 유명한 가와고에시의 '가와고에 가이운도(川越開運堂)' 역시 전통 과자 명맥을 잇는 동시에 젊은 층을 위한 새로운 디저트를 개발하며 역사를 현재의 경험으로 연결합니다.

오래된 공간과 전통이라는 '헤리티지'를 박제하는 대신, 소비자가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체험'으로 재설계한 것입니다. 아키타현의 스타트업 '이나 투 아가베'가 낡은 역사를 개조해 '크래프트 사케' 양조장으로 만든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술을 파는 것을 넘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이자 방문객들에게는 특별한 목적지가 되는 '데스티네이션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전국 스시 체인점 메뉴판에 오른 50년 전통의 라멘

출처 : FOOD & LIFE COMPANIES

전국 회전초밥 체인 '스시로(スシロー)'는 '지모메시(ジモメシ)' 프로젝트를 통해 놀라운 협업을 선보였습니다. 이와테현(岩手県) 모리오카시(盛岡市)에서 50년간 자리를 지켜온 라멘 가게 '야나기야(柳家)'의 명물 '김치낫토라멘'을 전국 매장 메뉴로 출시한 것입니다. 대기업의 유통망과 지역 노포(老舗)의 스토리가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만들어냈습니다. 소비자들은 스시로에서 전국 각지의 숨은 맛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얻고, 야나기야는 전국적인 인지도를 확보했습니다.

출처 : ビームス

이러한 움직임은 F&B를 넘어 다른 산업으로 확장됩니다. 패션 편집숍 빔즈(BEAMS) 는 나가노현의 100년 된 '오야키(おやき)' 전문점 '이로하도(いろは堂)'와 손잡고 오야키를 모티브로 한 의류와 굿즈를 출시했습니다. 이는 지역의 F&B 콘텐츠가 한 끼 식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자 라이프스타일 상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당신의 브랜드가 팔아야 할 것은 '메뉴'인가, '가치'인가

소개된 일본의 사례들은 한 가지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제 로컬 브랜딩의 핵심은 '무엇을 넣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고유한 이야기를 담았는가'로 이동했습니다.

우리 브랜드가 가진 가장 본질적인 자산은 무엇입니까? 그것이 300년 된 공간의 역사일 수도 있고, 남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원재료의 특별한 가치일 수도 있습니다. 혹은 우리 동네에서만 찾을 수 있는 장인의 철학일지도 모릅니다. 그 본질을 찾아내어 고객이 경험하고 싶은 특별한 스토리로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포화된 시장에서 우리 브랜드를 대체 불가능하게 만드는 열쇠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