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값싼 한 끼'라는 인식, 아시아 음식의 함정
외국인은 백반을 찾고 길거리 음식은 파인 다이닝이 되는 시대. 프리미엄 경험과 대중적 제품, 두 가지 글로벌 성공 전략을 확인하세요.
외국인 관광객들이 이제 비빔밥 대신 백반을 찾습니다. K-콘텐츠 속 떡볶이와 김밥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실제 소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K-푸드의 세계화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더 깊고 넓게 확장되는 이 현상은 아시아 음식 전체의 글로벌 전략이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음을 알립니다.
길거리 음식의 변신: 파인 다이닝으로의 격상

방콕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칸(KHAAN Bangkok)은 태국 길거리 음식을 11코스 테이스팅 메뉴로 재탄생시켰습니다. 익숙한 길거리 음식을 혁신적인 조리법과 예술적인 플레이팅으로 풀어내 현지 미식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합니다. 대만의 비스트로 찬찬(嬋潹) 역시 태국 현지 식재료를 기반으로 길거리 음식을 현대적인 요리와 특색 있는 칵테일로 재해석하며 젊은 고객층을 사로잡았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인도네시아 5성급 호텔에서도 나타납니다. 자카르타와 발리의 호텔 레스토랑들은 자국 각 지역의 고유한 로컬 음식을 메인 테마로 내세우며 현지 식문화의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동남아 음식이 ‘저렴한 한 끼’라는 인식을 넘어, 고유의 스토리를 담은 프리미엄 미식 경험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가격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국내 시장에서도 새로운 프리미엄 카테고리의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K-푸드의 확장: 일상으로의 침투
아시아 음식의 고급화가 한 축을 담당한다면, K-푸드는 정반대의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합니다. 비비큐치킨은 애틀랜타 등 해외 주요 도시에 성공적으로 매장을 열며 한국의 맛을 직접 전파하고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통해 표준화된 맛과 경험을 제공하는 직접적인 시장 확장 방식입니다.

소비 패턴의 변화는 더욱 흥미롭습니다. 한국관광공사 데이터에 따르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제 고급 한정식보다 김밥, 떡볶이, 백반 같은 ‘일상식’을 선호합니다. 이는 K-드라마와 같은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한국인의 평범한 식사에 대한 관심이 실제 소비로 이어진 결과입니다.
식품 대기업의 움직임은 이러한 대중화에 속도를 더합니다. CJ제일제당은 표준화된 김치 소스를 개발해 해외 B2B 시장에 수출합니다. 현지 외식업체들이 쉽고 일관된 맛으로 한식 메뉴를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며 K-푸드의 저변을 넓히는 것입니다. 이는 브랜드 고유의 소스나 육수를 B2B 상품으로 개발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두 가지 길, 하나의 목표: 브랜드 자산의 극대화

미국 스타트업 신스타(Shin Starr)는 AI 로봇 주방을 탑재한 푸드트럭으로 24시간 한국식 BBQ를 판매합니다. 기술을 통해 K-푸드의 접근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입니다. 반면, 뉴욕의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 카본(Carbone)은 레스토랑의 맛을 집에서 재현할 수 있는 프리미엄 RMR 소스를 출시했습니다. 최고의 미식 경험을 상품화하여 고객의 일상에 침투하는 전략입니다.
필리핀 세부의 펀치드 커피(Punched Coffee)는 호주 멜버른의 브런치 문화에 세부 현지 식재료를 결합한 독창적인 메뉴로 인기를 끕니다. 이는 현지 경험을 고급화하는 전략의 또 다른 사례입니다. 이 세 가지 사례는 서로 달라 보이지만, 결국 ‘브랜드의 핵심 자산을 어떻게 다른 형태로 변환하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 것인가’라는 동일한 질문에 답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팔 것인가: 경험 혹은 제품
결국 우리 앞에는 두 가지 명확한 길이 놓여 있습니다. 첫 번째는 태국과 대만의 사례처럼, 우리의 로컬 음식을 깊이 파고들어 아무나 복제할 수 없는 ‘프리미엄 경험’을 판매하는 길입니다. 제주 흑돼지와 묵은지를 활용한 독창적인 타코나, 막걸리 페어링을 곁들인 한식 비스트로가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K-푸드의 확장 전략처럼, 우리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인 ‘맛’을 표준화된 제품으로 만들어 더 넓은 시장에 파고드는 길입니다. 많은 고객이 열광하는 우리 매장의 특제 소스, 육수, 양념장을 가정간편식(HMR)이나 RMR 상품으로 개발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길을 선택할 수도, 두 가지 길을 동시에 걸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의 핵심 자산은 과연 대체 불가능한 ‘경험’에 있습니까, 아니면 어디서든 재현 가능한 ‘제품’에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