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걷기명상 - 발끝에서 시작되는 치유의 길 글
명상은 방법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실천할 수 있습니다.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
호흡 명상(Breathing Meditation)
자애 명상(Loving-Kindness Meditation)
걷기 명상(Walking Meditation)
만트라 명상(Mantra Meditation)
시각 명상(Visualization / Guided Imagery)
소리 명상(Sound Meditation)
바디 스캔 명상(Body Scan Meditation)
일상 명상(Daily Mindful Practice)
침묵 명상 또는 선 명상(Silent / Zen Meditation)
등 다양한 방식이 있지요.
이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 일상 속에서 실천해 보시면, 마음과 몸의 안정 그리고 평화로움을 자연스럽게 경험하실 수 있습니다.
명상이라고 하면 대부분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곤 합니다. 그러나 꼭 가만히 앉아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걸음 하나하나에도 충분히 ‘깨어 있음’이 스며들 수 있습니다. 바로 ‘걷기명상(Walking Meditation)’입니다.
걷기명상은 불교의 수행법 중 하나로, ‘행선(行禪)’이라고도 합니다. 빠르게 걷거나 운동처럼 목표를 세우고 걷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발이 땅에 닿는 감촉, 바람이 스치는 느낌, 들숨과 날숨의 리듬을 있는 그대로 느끼며 천천히 걸어가는 명상입니다. 단순한 걸음이지만, 그 안에서 마음은 놀라울 만큼 고요해집니다.
우리가 평소 걷는 이유는 대부분 ‘어딘가에 가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걷기명상에는 목적지가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여기’를 향한 걸음입니다. 목적 없는 걸음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발이 닿는 순간, 그 촉감에 마음을 모아보세요. 오른발, 왼발, 한 걸음 한 걸음이 ‘살아 있음’의 증거입니다. 그 단순한 반복이 마음을 정화하고,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들을 서서히 잠재워 줍니다.
도심 속에서도 걷기명상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출근길의 인도, 공원의 오솔길, 혹은 사무실 복도에서도 잠시 걸음을 늦춰보세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발끝의 감각에 집중해 보면, 일상의 소음 속에서도 고요한 순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명상의 핵심은 ‘지금 이 순간’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걷기명상은 몸의 움직임을 통해 그 알아차림을 연습하게 해 줍니다. 생각이 앞서거나 과거의 일에 머물러 있음을 깨달을 때마다, 다시 발로 돌아오면 됩니다. 마음이 발걸음을 따라 현재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걷기명상이 단순한 산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예컨대, 한 임상실험에서 비교적 높은 스트레스 수준을 가진 성인들을 대상으로 ‘마음챙김 걷기(Mindful walking) 명상’을 4주간(주 2회 이상, 약 40분/회) 시행했더니, 대조군보다 스트레스 지표가 유의미하게 감소했습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하루 35분씩 7일간의 야외 걷기 명상 후, 수면의 질과 기분 상태, 우울증 등의 수준이 모두 개선된 바 있습니다. 일반 걷기와 명상을 결합했을 때, 집중력 향상, 정서 조절, 기억력 개선 등 인지·정서 영역의 긍정적 변화도 관찰되었습니다. 더불어 혈압·심박수 감소 등 신체 자율신경계 안정에 대해서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걷기명상은 ‘움직임’을 포함하면서도 내면을 바라보는 태도를 갖추기 때문에, 앉아서 하는 명상이 어려운 분들도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닙니다.
걷기명상을 꾸준히 실천하시면 몸의 균형이 잡히고, 호흡이 깊어지며, 마음의 불안이 줄어듭니다. 또한 일상의 속도를 조절할 줄 알게 됩니다. ‘빨리’보다 ‘천천히’, ‘도착’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삶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됩니다.

걷기명상은 결국 ‘나를 위한 따뜻한 산책’이며, 몸과 마음의 치유의 시작입니다. 오늘 하루, 목적 없는 산책을 해보시겠어요? 바람 한 줄기, 햇살 한 조각에도 감사할 수 있다면, 그곳이 곧 명상의 길이 됩니다.
권영미 몸숨쉼정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