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식당 43% 폐업 쇼크

태국 식당 43% 폐업 쇼크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12월 24일
수정일: 2025년 12월 24일

세계 1위 미식 국가 태국의 법인 레스토랑 43% 급감. 원가, 내수, 관광 3중고 속 정부 규제와 글로벌 자본의 공습에서 살아남는 F&B 브랜드의 생존 전략을 확인하세요.

태국이 ‘2025년 세계 최고의 음식 목적지’ 1위라는 찬사를 받는 동안, 현장에서는 법인 레스토랑 수가 1년도 채 안 돼 43%나 사라졌습니다. 화려한 타이틀 뒤에 가려진 태국 외식업계의 혹독한 현실은 단순히 남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는 경제적 압박과 강력한 정책 개입이 교차하는 시장에서 우리 F&B 브랜드들이 마주할 미래일 수 있습니다.

사진: Unsplash의 Louis Hansel

글로벌 외식업 경영자의 91%가 식자재 원가 상승을 경험한 2025년, 태국 시장은 위기의 복합성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소비자들은 외식 대신 집밥의 ‘가성비’를 따지기 시작했고, 업체들은 고객을 뺏기지 않으려 수익성을 갉아먹는 ‘출혈 경쟁(price war)’에 내몰렸습니다. 여기에 태국 경제의 한 축인 관광 시장마저 흔들리며 위기는 증폭되었습니다.

법인 레스토랑 43% 급감, 3중고에 갇힌 시장

출처 : Freepik의 mehaniq

태국외식업협회는 현지 시장을 ‘피로 상태’로 진단했습니다. 2024년 8월부터 2025년 6월 사이 법인 레스토랑 수가 43% 급감한 데이터는 이 진단이 단순한 엄살이 아님을 증명합니다. MK 레스토랑 그룹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조차 매출 8.9%, 순이익 31.9% 감소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소비자 구매력 약화입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은 외식의 가치를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평가합니다. 두 번째는 환율 문제입니다. 태국 바트(Baht)화 가치가 치솟으며 중국 위안화 대비 여행 경비가 20%나 비싸졌습니다. 그 결과,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 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대비 35%나 줄었고, 그 빈자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베트남이 채웠습니다. 이는 원가 상승, 내수 부진, 관광객 감소라는 3중고가 태국 외식업계를 덮친 형국입니다.

이러한 위기는 특히 외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국내 상권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환율이나 국제 정세 변화라는 외부 변수에 우리 상권은 얼마나 준비되어 있을까요? 태국의 사례는 단순히 고객 수가 줄어드는 문제를 넘어, 상권 전체의 활력이 순식간에 꺼질 수 있음을 경고합니다.

부채 협상부터 가격표시제 의무화까지

출처 : Freepik

심각한 위기 상황에 태국 정부가 직접 칼을 빼 들었습니다. 가장 먼저 중소 외식업체들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금융권과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습니다.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 숨통을 틔워주기 위한 조치입니다. 동시에 소비자를 향한 규제도 강화했습니다. 모든 외식업체에 메뉴 가격 외 서비스료, 부가세 등 추가 비용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위반 시 최대 1만 바트(약 38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가격표시제를 시행했습니다.

환경 정책 또한 새로운 변수입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음식물 쓰레기를 50% 감축한다는 목표 아래 ‘제로 푸드 웨이스트(Zero Food Waste)’ 캠페인을 국가 정책으로 격상시켰습니다. 이는 당장 폐기물 처리 비용 증가와 새로운 시스템 도입이라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태국 정부에 코로나19 시기 GDP의 70%까지 올렸던 공공부채 한도를 다시 60%로 낮추라고 권고했습니다. 정부의 재정 지출이 줄어들면 단기적인 내수 소비 위축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러한 정책들은 단기적으로는 운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규제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투명한 가격 정책으로 브랜드 신뢰를 쌓고, 친환경 이미지를 선점할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정부의 개입이 본격화된 시장에서는 규제를 준수하는 것을 넘어, 이를 어떻게 브랜드의 가치로 전환할 것인지 고민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세계 1위 미식 국가 선정, CP그룹의 3,600억 원 M&A

출처 : Freepik의 bbk22

시장의 이면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태국은 글로벌 여행 전문지 ‘콘데 나스트 트래블러(Condé Nast Traveler)’가 선정한 ‘2025년 세계 최고의 음식 목적지’ 1위에 올랐습니다. 방콕의 7개 레스토랑이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 상위권에 오르는 등 세계적 수준의 파인 다이닝 역량을 공인받은 것입니다. 오는 12월에는 방콕과 푸껫을 아우르는 ‘TOP25 레스토랑 어워즈’를 개최하며 미식 국가로서의 브랜딩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거대 자본의 움직임은 더욱 공격적입니다. 태국 최대 재벌 CP(Charoen Pokphand) 그룹은 약 3,600억 원(80억 바트)을 투자해 말레이시아의 식품 도매 기업 ‘라키플로우(Luckyflow)’를 인수했습니다. 자국 시장의 위기와 무관하게 동남아시아 F&B 유통망 전체를 장악하려는 야심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처럼 태국은 ‘미식 관광’이라는 소프트파워와 ‘자본을 통한 시장 확대’라는 하드파워를 동시에 구사하며 아세안(ASEAN) 시장의 패권을 노리고 있습니다.

이는 경쟁의 무대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이제 태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글로벌 브랜드들과의 격전에서 승리하고 CP 그룹 같은 거대 기업이 장악한 공급망 속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가?

태국 시장의 상반된 현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전략적 질문들을 던집니다.

첫째, 데이터에 기반한 이익률 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고 있는가? 매출이 아닌 실제 순이익에 기여하는 메뉴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팔수록 손해인 메뉴는 과감히 정리할 결단이 필요합니다.

둘째, 가격이 아닌 가치로 승부할 준비가 되었는가? 소비자들이 집밥과 외식을 비교하는 시대에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함’을 제안하지 못하면 가격 경쟁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 정책과 규제를 비용이 아닌 기회로 활용할 전략이 있는가?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결국 태국 시장이 보여주는 것은 위기 속에서도 기회는 존재하며, 그 기회는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자에게만 열린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