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증 때문에 커피를 8잔을 마셨다고?
영수증에 소설을 연재해 고객이 8잔을 재구매한 중국 브랜드 사례. 광고비 0원으로 팬덤을 만드는 '영수증 문학'의 성공 및 실패 전략을 확인하세요.
"이것은 그가 그녀 때문에 1314번째 응급실에 실려 온 날이었다."
이 문장은 웹소설 플랫폼이 아닌, 우아하고 섬세한 이미지의 차(茶) 브랜드 모리나이바이(茉莉奶白)의 영수증에서 시작됐다. 평범한 영수증이 고객을 자발적으로 재구매하게 만드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변모하고 있다.
영수증에 연재되는 소설
고객은 다음 편을 위해 지갑을 연다

최근 중국 차 브랜드 모리나이바이는 영수증에 ‘백월광(白月光)’이라는 제목의 로맨스 소설 연재를 시작했다. “이 여자는 그의 독약이자 유일한 해독제였다”와 같은 전형적인 클리셰를 담았지만,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극단적인 대조를 이루며 소셜미디어에서 즉각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영수증 하단에 찍힌 ‘미완결(未完待续)’이라는 문구는 고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소비자들은 다음 회차를 보기 위해 매장을 다시 찾았다. 한 소비자는 “결말을 보기 위해 이미 8잔을 마셨다”고 토로했고, 다른 이들은 소셜미디어에 흩어진 영수증 조각을 모아 스토리를 완성하거나 직접 뒷이야기를 창작했다. 브랜드는 ‘결말은 당신이 완성한다’는 문구를 삽입해 고객 참여를 유도하며, 가장 많은 ‘좋아요’를 받은 창작자에게 한 달 무료 음료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저가 커피 브랜드 미쉐빙청(蜜雪冰城) 역시 이 흐름에 합류했다. 브랜드 마스코트 ‘설왕(雪王)’이 고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 커피를 판다는 내용의 소설 ‘설왕은 고대에서 커피를 판다’를 총 20개 챕터로 나누어 영수증에 무작위로 인쇄했다. 이 전략은 고객들이 서로 다른 챕터를 교환하는 커뮤니티 활동으로 이어졌다. 사실 이 소설은 미쉐빙청이 7월에 공개한 동명의 숏폼 드라마 내용을 각색한 것으로, 하나의 IP를 다양한 채널로 확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광고비 0원, 고객은 반드시 읽는다
영수증은 왜 새로운 마케팅 채널이 되었을까. 이유는 단순하다. 거의 모든 고객이 최소 한 번은 들여다보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광고판이기 때문이다. 고가의 옥외 광고나 버려지기 쉬운 전단지와 비교할 때, 영수증은 거래 확인이라는 본연의 기능 덕분에 고객의 시선을 확보하는 데 유리하다.
이는 전통적 광고에 대한 젊은 세대의 피로감과도 관련이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젊은 소비자의 67%가 전통 광고에 거부감을 느끼는 반면, 80% 이상은 재미있는 상호작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과거 아이들이 과자 봉지 속 만화를 모으던 경험은 이제 성인들이 영수증 속 소설을 수집하는 행위로 진화했다.

이러한 접근은 ‘마이크로 터치포인트 혁신(micro-touchpoint innovation)’으로 볼 수 있다. 추가되는 비용은 고작 길어진 영수증의 감열지 가격뿐이지만, 이를 통해 얻는 바이럴 효과와 고객 참여는 그 이상이다. 맥도날드는 이미 영수증을 ‘맥맥섬 탐험증’이라는 이름의 굿즈로 만들어 고객의 수집 욕구를 자극했고, 이는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성공 사례로 남았다.
자기변명인가, 고객 경험인가: 523자의 희비

모든 ‘영수증 문학’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K22 요거트 스트로베리는 “왜 음료를 받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가”, “왜 15분 안에 마셔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는 523자 길이의 ‘QnA’를 논문처럼 영수증에 실었다. 브랜드 측은 고객의 대기 시간 지루함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들은 “쓸데없는 소리”, “변명이 너무 길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브랜드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콘텐츠는 고객에게 피로감을 줄 뿐이었다.
반면, 후샹아姨(沪上阿姨)는 12주년 캠페인에서 고객들의 ‘자유의 순간’에 대한 사연을 영수증에 인쇄했다.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생리대를 살 땐 검은 봉지에 담아줬지만, 이젠 당당하게 들고 다닐 수 있게 된 것이 나의 자유의 순간”이라는 한 고객의 이야기는 다른 소비자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브랜드가 자신을 내세우는 대신 고객을 주인공으로 만들 때, 영수증은 강력한 감성적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영수증은 이제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자 브랜드와 고객이 대화하는 새로운 공간이 되었다. 어떤 브랜드는 이곳에 변명을 늘어놓고, 어떤 브랜드는 고객의 이야기를 싣는다. 당신의 영수증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