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율 30%급감, 위고비가 불러온 쇼크

주문율 30%급감, 위고비가 불러온 쇼크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12월 29일
수정일: 2025년 12월 29일

미국인 8명 중 1명의 식욕 억제제 사용으로 외식 시장이 흔들립니다. 주문율 30% 감소 위기 속 고단백, 소용량 메뉴 등 새로운 생존 전략을 확인하세요.

미국에서 10명 중 1명꼴로 오젬픽(Ozempic)과 같은 체중 감량 약물을 사용하며, 이들의 변화된 식욕은 외식업계의 손익 구조에 미묘하지만 깊은 균열을 만들고 있다. 어떤 레스토랑에서는 사이드 메뉴 주문이 30%나 급감하는 현상까지 목격된다. 이것은 단순히 접시 위 양의 문제가 아니다. 메뉴 구성부터 고객 경험 설계에 이르기까지, 외식의 근본적인 정의 자체를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변화의 파고다.

식욕이 잠든 식탁, 약물이 재편하는 미식 경험의 지도

출처 : Novo Nordisk A/S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은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에 획기적인 효과를 보이며, 그 사용량이 전례 없이 늘고 있다. 비영리 단체 RAND의 연구는 미국 성인의 10~12%가 오젬픽, 위고비(Wegovy) 등을 사용하며, 14%는 잠재적 사용자임을 시사한다. 2019년 이후 이 약물의 사용량은 무려 600% 가까이 치솟아, 이제는 이들이 외식 소비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 약물은 식욕을 억제하고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켜, 한때 넉넉하던 식탁 풍경을 낯설게 만든다.

텍사스에서 14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버그 호스피탈리티 그룹(Berg Hospitality Group)의 벤자민 버그 대표는 이러한 변화를 냉철한 데이터로 마주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사이드 메뉴 주문은 약 30% 줄었고, 단체 고객의 애피타이저 주문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한때 스테이크하우스의 든든한 수익원이던 크림 스피니치나 맥앤치즈 같은 묵직한 사이드 메뉴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이런 흐름 속에서 뉴욕의 비어홀 클린턴 홀(Clinton Hall)은 재치 있는 응답을 내놨다. ‘아주 작은 미니 식사(The Teeny-Weeny Mini Meal)’라는 메뉴를 선보인 것이다. 주먹만 한 버거와 샷 글라스에 담긴 5~7개의 감자튀김으로 구성된 이 메뉴는, 오너 아리스토텔레 하치게오르기우의 말처럼 "손님들이 음식을 남기는 경우가 잦아 음식 낭비를 줄이고, 소식하는 고객들에게 합리적인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설탕 너머의 과학, '저혈당'이 바꾸는 아시아 식생활의 풍경

출처 : pexels의 Arunangshu Banerjee

식욕 억제 약물의 영향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소비자는 단순히 '저당'을 넘어, 혈당 상승 속도를 과학적으로 관리하는 '저혈당(Glycemic Index)' 식품에 깊이 주목한다. 특히 아시아 시장, 그중에서도 중국은 이러한 변화의 선두에 서 있다. 2024년 중국 소셜 미디어에서 저혈당 관련 언급량은 전년 대비 무려 146% 급증했으며, 관련 시장 규모는 연평균 10% 이상 성장하여 1,762억 위안(약 32조 5천억 원)에 달한다.

신선식품 플랫폼 딩동마이차이(叮咚买菜)에서 저혈당 상품 매출은 2023년 상반기 100만 위안 미만에서 2025년 상반기 약 6,000만 위안으로 60배가량 치솟았다. 식료품 체인 허마셴셩(盒马) 또한 자체 브랜드 저혈당 상품의 재구매율이 일반 상품을 압도하며, 이는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소비자들이 더 나은 식생활을 위해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커피 한 잔에서 시작된 변화, 균형 잡힌 영양이 외식의 새 기준을 세우다

출처 : Unsplash의Jakub Kapusnak

마이애미의 코르타디토 커피 하우스(Cortadito Coffee House)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예민하게 포착한 곳이다. 커피 전문점으로만 알려졌던 이 공간은 최근 고단백, 고섬유질 메뉴를 정식으로 도입하며 고객들의 변화된 식습관에 응답했다. 균형 잡힌 식사를 추구하는 이들의 수요에 발맞춰 메뉴 라인업을 과감히 확장한 것이다.

출처 : Freepik의 yuliyafurman

새롭게 선보인 메뉴들은 ‘실란트로 라임 치킨 보울’, ‘터키 스프라우트 랩’, ‘치킨 아보카도 랩’ 등으로, 맛과 영양의 조화를 추구한다. 특히 대표 메뉴인 치킨 보울은 단백질 34g을 풍부하게 담고 있으며, 12~15달러(약 16,000원~20,000원) 선에서 제공된다. 코르타디토의 콘셉트 디렉터 마티아스 가레이는 "고객들이 맛과 품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고단백 메뉴를 원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말한다.

접시 위의 양을 넘어, 오감으로 채우는 미식의 순간

출처 : Freepik의 The Skylinera

맛을 넘어 분위기로, 공간이 제안하는 새로운 경험의 가치

음식 외적인 요소에 집중하는 시선도 강해진다. 뉴올리언스의 유명 칵테일 바 큐어(Cure)의 파트너 닐 보덴하이머는 "과거에는 음식이 주인공이었지만, 이제는 공간의 디자인과 전반적인 경험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역설한다. 음악, 조명, 인테리어 등 분위기를 구성하는 미세한 요소들이 고객 만족의 핵심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디지털의 눈으로 본 식사, 개인화된 추천이 여는 미식의 미래

기술의 힘으로 이 새로운 도전에 응답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헬스 테크 기업 메뉴 오더 AI(Menu Order AI)는 레스토랑 메뉴의 칼로리와 단백질 함량을 정밀하게 분석하여 GLP-1 약물 사용자에게 개인화된 메뉴를 추천하는 플랫폼을 선보였다.

출처 : 네슬레(Nestle USA)

나아가 네슬레(Nestle)는 GLP-1 사용자 전용 식품 브랜드 ‘바이탈 퍼슈트(Vital Pursuit)’를 론칭하고, 콘아그라(Conagra Brands)는 자사 냉동식품에 ‘GLP-1 친화적(GLP-1 Friendly)’ 라벨을 추가하는 등, 글로벌 식품 대기업들까지 이 특별한 소비자 그룹을 선점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변화의 물결 앞에서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