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치킨이 '보물'이 된다? 일본 KFC의 비밀은?

버려진 치킨이 '보물'이 된다? 일본 KFC의 비밀은?

FBK 편집부
작성일: 2026년 1월 3일
수정일: 2026년 1월 3일

일본 기업들이 푸드 로스 문제 해결에 나섰다. 남은 치킨, 비규격 과일 등 폐기물 자원화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이는 ESG 경영의 핵심 생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버려질 치킨이 누군가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출처 : KFC

도쿄 신주쿠의 한 ‘어린이 식당(子ども食堂, 지역 아동에게 무료 또는 저렴한 식사를 제공하는 공간)’에서는 닭고기 덮밥인 오야코동이 인기 메뉴다. 아이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는 이 닭고기는 사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쓰레기통으로 향할 운명이었다.

바로 KFC 매장에서 팔리지 않고 남은 오리지널 치킨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다. 푸드 로스(Food Loss)를 브랜드의 핵심 자산으로 전환시킨 치밀한 시스템의 결과물이다.

일본 KFC는 폐점 후 남은 치킨을 즉시 동결 처리하여 전국의 어린이 식당 약 500곳에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식품 폐기를 자원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철저한 위생 관리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했다.

출처 : KFC

KFC는 제3자 기관의 품질 검사는 물론, 각 지자체 위생과의 자문을 거쳐 냉동 온도와 시간, 6개월이라는 명확한 유통기한, 그리고 해동 후 반드시 재가열 조리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운영 규칙까지 수립했다. 폐기 직전의 제품이 누군가에게는 귀한 식재료가 되고, 지역 사회의 거점을 활성화하는 동력이 되며, 이는 다시 기업의 가장 확실한 브랜드 경험으로 되돌아온다.

‘못난이’의 가치를 알아보는 브랜드의 눈

관점의 전환은 비단 팔리지 않은 완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버려지던 것들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기린(Kirin) 그룹의 행보가 이를 증명한다. 기린은 ‘아깝다’는 뜻의 모타이나이(mottainai) 프로젝트를 통해 자사의 대표 브랜드인 ‘효케츠(氷結)’와 ‘오후의 홍차(午後の紅茶)’가 손을 잡는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출처 : vivid-garden

이 프로젝트는 색이 고르지 못하거나 크기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에서 외면받던 나가노현과 아오모리현의 후지 사과를 원료로 삼았다. 상품성이 없다고 판단된 과일들이 두 거대 브랜드의 신제품 심장부로 들어온 것이다. 기린은 온라인 산지 직송 플랫폼 ‘타베초쿠(食べチョク)’와 협력해 비규격 과일을 안정적으로 수급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효케츠 제품으로 약 9.6톤, 오후의 홍차로 약 3.9톤, 총 13.5톤에 달하는 사과를 폐기로부터 구해냈다. 심지어 제품 한 개가 팔릴 때마다 1엔을 농가에 기부하는 모델까지 설계했다. 두 브랜드가 목표로 잡은 생산자 지원 기부금은 각각 약 480만 엔. 이는 사회적 가치에 민감한 젊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강력한 명분이 된다.

이러한 흐름은 농산물을 넘어 제조 공정의 부산물로까지 확장된다. 감자칩 브랜드 칼비(Calbee)는 감자 세척 과정에서 대량으로 발생하지만 대부분 버려지던 감자 전분을 활용해 김을 대체할 새로운 원료를 개발했다. 끝없이 치솟는 원재료 비용의 압박 속에서, 폐기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가장 직접적이고 영리한 원가 관리 전략인 셈이다.

폐기물은 비용이 아니라, 잠자는 자산이다

이 모든 사례는 하나의 사실을 가리킨다. 폐기물은 더 이상 관리해야 할 ‘비용’이 아니라 가치를 품고 있는 ‘자원’이다. 일본 F&B 기업들은 이 자원을 깨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착한 일을 한다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차원을 넘어, 브랜드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출처 : Freepik의 redgreystock

이러한 전환을 위해서는 먼저 우리 비즈니스 안의 폐기 자원을 ‘활용 가능 자산’ 목록으로 재분류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생산 라인에서 나오는 부산물, 유통 규격에 맞지 않는 농산물, 팔리지 않은 제품까지, 그 모든 것이 새로운 기회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물론 내부 자원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 기린이 온라인 플랫폼과 손을 잡고 KFC가 지역 NPO와 연대한 것처럼, 기술, 물류, 커뮤니티 네트워크를 가진 외부 파트너와 협력해 이 자산을 유통시킬 새로운 가치 사슬을 설계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을 투명한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는 힘이다. 어떤 자원이, 어떤 고민과 과정을 거쳐,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지를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때, 그들은 단순 구매자를 넘어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가 된다. 당신의 비즈니스 속 잠자는 자산은 무엇인가. 이제 그것을 깨울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