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만 남은 마케팅의 종말, 기업 수익성 붕괴 시작

'숫자'만 남은 마케팅의 종말, 기업 수익성 붕괴 시작

FBK 편집부
작성일: 2026년 1월 5일
수정일: 2026년 1월 5일

단기 매출에 집착하는 잘못된 성과 평가는 기업의 장기 수익성을 해칩니다. 이제 마케팅은 광고를 넘어 기업의 진짜 성장을 책임지는 역할로 변해야 합니다.

‘좋은 매출’은 왜 사라지고, ‘숫자’만 남았는가

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지표가 매출에서 이익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단기 매출에 목을 매는 조직이 많다. 이는 장기적인 수익성을 갉아먹는 독이 되기도 한다. 마케팅의 본질은 일회성 숫자 놀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익에 기여하는 ‘좋은 매출’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조직이 이익 대신 매출에 집착하는 데에는 세 가지 구조적 원인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첫째, 부서와 개인의 성과 평가가 매출액과 직접 연동되어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확실한 길을 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둘째, 이익은 단기간에 극적인 개선이 어렵지만, 매출은 즉각적인 수치 변화를 보여주기 쉽다. 단기 성과를 압박하는 조직일수록 매출이라는 손쉬운 지표에 의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절 ‘매출이 오르면 이익도 따라온다’는 과거의 성공 경험이 오늘날까지 조직 문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단기 실적의 함정, 충성 고객을 잃어버리다

특히 짧은 주기의 평가 시스템은 이러한 경향을 심화시키는 주범이다. 기업 이익의 대부분은 기존 고객의 재구매에서 나온다. 신규 고객이 진정한 이익으로 전환되는지 확인하려면 최소 분기나 반기, 길게는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구매 주기가 짧은 소비재조차 수익성 평가는 분기 단위 이상으로 이루어져야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평가 주기가 이보다 짧아지면 조직의 시선은 단기간에 확보 가능한 신규 고객 수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즉각적인 매출에만 쏠린다. 이 과정에서 장기적 이익의 원천인 기존 고객 유지 활동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려나고, 결국 기업의 수익성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위험한 상황에 이른다.

마케터의 종말, ‘최고 성장 책임자’의 시대가 온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마케팅 리더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과거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는 광고와 판촉 활동을 총괄하는 책임자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CMO의 본질은 사업 전체의 손익을 책임지며 브랜드를 키워내는 경영자에 더 가깝다.

최근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CMO 직책을 폐지하고, 그 자리를 최고 성장 책임자(CGO, Chief Growth Officer)나 최고 수익 책임자(CRO, Chief Revenue Officer)가 대체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이는 마케팅의 책임 범위를 광고라는 좁은 영역에서 벗어나 기업의 성장 전략 전체로 확장하려는 거대한 흐름이다. 일본 내에서도 ‘CMO는 광고 담당 임원’이라는 낡은 고정관념을 깨고, 마케팅을 경영의 핵심 기능으로 재편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가스 회사’의 파격, 도쿄가스는 어떻게 미래를 설계하는가

실제 조직 개편을 통해 전략적 전환을 꾀하는 기업 사례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도쿄가스는 2025년도에 BtoC 영역의 마케팅과 브랜딩 조직을 통합 개편하는 결단을 내렸다. 기존에 분리 운영되던 두 팀을 합쳐, 고객 접점 설계부터 서비스 운영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팀처럼 기획하고 실행하는 체제로 바꾼 것이다.

개별 서비스 홍보에서 ‘통합 브랜드 경험’으로

이러한 변화는 단기 지표 중심 마케팅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가스나 전기 같은 인프라 서비스는 고객이 브랜드를 떠올리는 주기가 수년에 한 번에 불과할 정도로 길다. 도쿄가스는 2023년 11월 출범한 솔루션 사업 브랜드 ‘이그니처(IGNITURE)’를 통해 하우스크리닝 같은 비에너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지만, ‘가스 회사’라는 견고한 기존 이미지가 발목을 잡았다. 개별 서비스의 매력만으로는 고객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는 현실을 확인한 것이다.

결국 도쿄가스는 개별 서비스 홍보가 아닌 ‘생활 전반을 책임지는 회사’라는 장기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그리고 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마케팅 조직의 구조부터 바꿨다. 개편된 조직은 전략 수립부터 실행까지 책임지는 ‘마케팅 개발실’과 브랜드 경험의 일관성을 관리하는 ‘브랜딩 추진 그룹’을 두 축으로 삼는다. 두 그룹이 기획 초기부터 하나의 목표를 향해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 이것이 바로 도쿄가스가 그리는 미래의 청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