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하의 바람이 몸을 깨운다… 겨울철 실외 운동의 재발견
이불 밖으로 나오기조차 두려운 계절입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 몸은 이 차가운 계절의 바람을 맞을 때 비로소 깊은 잠에서 깨어납니다. 겨울철 실외 운동은 단순한 체력 단련을 넘어, 움츠러든 신체에 생리적 활력을 불어넣는 가장 적극적인 건강 행위입니다.
왜 우리는 추위를 뚫고 밖으로 나가야 할까?

차가운 공기는 우리 몸을 자연스럽게 깨우는 강력한 자극제입니다. 급격한 온도 변화에 노출되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체온 유지를 위해 심박수와 대사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합니다. 이는 평소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하고, 면역 시스템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2019년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저온 환경에서의 가벼운 유산소 운동은 백혈구 활성도를 높여 감염 방어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
또한, 겨울철 야외 활동은 '햇빛 비타민'이라 불리는 비타민 D 합성과 직결됩니다. 질병관리청(2024)은 겨울철 비타민 D 부족률이 연중 가장 높다고 발표하며, 하루 20~30분의 가벼운 걷기를 권장했습니다. 이는 부족한 영양 상태를 개선할 뿐만 아니라,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를 돕고 수면 리듬을 안정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즉, 겨울 운동은 계절성 우울감을 막아내는 심리적 방패이기도 합니다.
심장과 폐가 튼튼해지는 시간
찬 공기 속에서 일정한 리듬으로 걷거나 달리는 행위는 호흡근과 폐 기능을 자연스럽게 단련시킵니다. 특히 우리 몸의 말초 혈관은 차가운 외부 환경에 대응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데, 이는 혈관의 탄력성을 높이고 혈액순환 기능을 강화하는 훈련이 됩니다.
대한심장학회(2023) 역시 겨울철의 꾸준한 유산소 활동이 고혈압 및 심혈관 질환 예방에 유익한 생활요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습니다. 단, 천식이나 만성 폐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찬 공기가 기도를 수축시킬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겨울 운동, '안전'이 전제되어야 '약'이 된다

겨울 운동이 주는 효능은 명확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 세 가지 원칙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체온 유지 (레이어링의 미학): 영하권 바람에 노출된 피부 온도는 20분 내로 급격히 떨어집니다. 체온 저하는 근육과 관절의 경직을 불러 부상 위험을 키웁니다. 두꺼운 옷 하나보다는 '발열 내의 - 보온 소재 중간 옷 - 방풍 겉옷' 순으로 겹쳐 입는 레이어링(Layering) 방식이 체열 유지에 훨씬 효과적입니다.
호흡기 보호: 찬 공기를 직접 들이마시면 기관지가 자극되어 기침이나 쾌속 호흡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마스크나 목도리로 입과 코를 덮어, 들어오는 공기의 온도를 체온과 비슷하게 높여주는 것이 안전합니다.
낙상 사고 예방: 겨울철 부상 원인 1순위는 빙판길 낙상입니다. 발목 염좌나 무릎 충격은 장기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접지력이 우수한 운동화를 착용하고, 눈길 산행 시에는 반드시 아이젠을 준비해야 합니다.
자연 속에서 스스로 회복하는 힘
겨울철 실외 운동은 우리 몸에 기분 좋은 '생리적 각성'을 불러일으킵니다. 면역과 순환, 그리고 정신 건강까지 두루 살피는 가장 자연스러운 처방전인 셈입니다.
준비운동과 적절한 복장, 그리고 무리하지 않는 규칙적인 시간 설정이 동반된다면, 겨울은 웅크리는 계절이 아니라 활력을 되찾는 치유의 계절이 될 것입니다. 지금, 따뜻하게 챙겨 입고 문밖으로 나설 시간입니다.
권영미 몸숨쉼정원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