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제품 성공 비결이 ‘밈’?

요즘 신제품 성공 비결이 ‘밈’?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12월 22일
수정일: 2025년 12월 22일

인터넷 밈을 활용한 소비자 참여가 신제품 개발의 공식을 바꾸고 있다. 펩시가 10억 회 노출을 기록했듯, 이제는 화제성을 확보하는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R&D의 공식이 뒤바뀌다, 소비자의 ‘놀이’가 제품이 되는 시대

신제품의 운명이 R&D 연구실이 아닌 소셜 미디어 피드에서 결정되는 시대가 열렸다. 과거 브랜드가 주도하던 일방적인 개발 프로세스는 이제 역전되었다. 네티즌의 농담 한마디가 현실의 제품으로 출시되고, 소비자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기업의 공식적인 프로젝트로 채택된다. 이것은 단순히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하는 차원을 넘어, 브랜드와 소비자가 제품을 공동으로 창작하는 새로운 파트너십의 탄생을 의미한다.

인터넷 밈(Meme)에서 길어 올린 히트 상품의 비결

펩시의 역발상, 기이한 조합을 공식 캠페인으로

2022년 말, 틱톡을 강타한 펩시 필크(Pilk) 현상은 이 변화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미국 유타주에서 시작된 '더티 소다' 문화에서 파생된 이 트렌드는, 소비자들이 펩시콜라에 우유를 섞어 마시는 기이한 영상을 공유하며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펩시는 이 낯선 조합을 외면하는 대신, 크리스마스 시즌에 배우 린제이 로한을 앞세운 '필크와 쿠키' 캠페인을 과감하게 전개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해당 광고는 단 2주 만에 약 10억 회의 노출6천만 회 이상의 틱톡 조회수를 기록했다. 뉴로마케팅 분석 결과, ‘콜라에 우유를 붓는’ 파격적인 장면에 대한 시청자의 감정 유발 지수는 일반 음료 광고보다 60%, 기억도는 75%나 높았다. 펩시는 완제품을 출시하는 대신, 소비자의 ‘참여감’을 자극하는 무대를 마련했다. 그러자 소비자들은 스스로 수많은 변형 레시피를 창조하고 공유하며 판을 키워나갔다.

소비자의 발견을 제품으로, 대만 이메이의 성공 방정식

출처 : I-MEI

이러한 흐름은 아시아 시장에서도 포착된다. 대만의 식품기업 이메이(I-MEI)는 2017년경,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사의 인기 밀크티 제품을 얼려 먹는 소비자들의 후기에 주목했다. 여기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2018년 여름, '이메이 펄 허니 밀크티 아이스크림'을 정식 출시했다. 별도의 대규모 광고 없이도 이 제품은 출시 첫 달부터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그해 아이스크림 부문 매출을 30% 이상 신장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소비자의 자발적인 아이디어가 어떻게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증명한 사례다.

시장 반응을 떠보는 킷캣의 영리한 실험

일본 전역의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킷캣 개발 (출처 : KITKAT JAPAN 트위터)

일본 킷캣은 한발 더 나아가 소비자 반응을 R&D의 나침반으로 삼는다. 2000년 이후 300종이 넘는 한정판 맛을 출시해 온 킷캣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마늘이나 피자 맛처럼 의도적으로 기이한 가짜 포스팅을 올린다. 게시물 하나의 조회수가 백만 단위를 넘어서는 등 화제성을 먼저 확보한 뒤, 그 반응을 데이터 삼아 실제 출시할 한정판 콘셉트를 결정하는 것이다.

단순 구매를 넘어, 브랜드와 함께 떠나는 ‘경험의 여정’

레이즈 감자칩을 먹고 현금 경품에 당첨되고 매주 유명인들을 만나보세요! (출처 : 레이즈 중국)

제품 공동 창작을 넘어 소비자 경험 자체를 혁신하는 시도도 나타난다. 중국 레이즈(Lay's)는 2025년 11월 시작한 6개월 프로모션에서 기존의 QR코드 경품 증정 방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현금 리워드 당첨 기회와 스타 팬미팅 응모 기회를 함께 제공하는 이중 보상 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이는 단순 구매 행위를 기대감 넘치는 경험의 여정으로 전환시키고, 브랜드와의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온라인상의 화제를 오프라인 매장 방문으로 연결하며 유통 파트너와의 상생까지 도모하는 고도화된 접근 방식이다.

성공의 바로미터, ‘성분’에서 ‘화제성’으로

닐슨의 2024년 보고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숫자로 증명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높은 상호작용을 기록한 신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평균 2.3배 빠르게 판매되고 제품 수명은 1.8배 길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성분이 아닌,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화제성’에 있었다.

이제 브랜드의 역할은 완벽한 제품을 설계하는 조물주가 아니다. 소비자가 기꺼이 참여하고 즐겁게 뛰어놀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는 기획자로 변모하고 있다. 소비자가 제품을 가지고 놀며 스스로 콘텐츠를 생성할 때, 브랜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창의력과 진정한 상호작용을 얻는다. 기존 주력 제품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는 동시에, 소비자 참여형 신제품을 강력한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것. 이것이 지금 F&B 시장의 가장 확실한 성장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