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푸드의 배신? 왜 한국 맛을 버리고 대박 났을까?
말레이시아 K-푸드 브랜드가 시각적 자극과 자동 업셀링으로 13개 매장 확장을 예고했다. 이는 경험 설계에 집중한 새로운 해외 진출 성공 전략을 보여준다.
K-푸드의 공식을 다시 쓰는 도전자, 낙낙(NAK NAK)

말레이시아 F&B 시장에 이단아가 나타났다. 2022년 IOI 시티몰에 1호점을 연 토종 브랜드 낙낙(NAK NAK)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K-푸드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이들은 2024년 11월 기준 5개 매장을 넘어, 2025년 말까지 총 13개 매장으로의 확장을 예고하며 현지 QSR(Quick Service Restaurant)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유행 편승이 아닌, 현지 시장의 욕망을 꿰뚫는 정교한 설계의 승리다. 브랜드명부터 그렇다. 한국어 ‘낙(樂)’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말레이어의 ‘원하다(NAK)’와 발음이 같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knock)를 연상시키며 고객의 마음을 두드린다는 다층적 메시지를 심었다.
맛보다 먼저, 2초 안에 시선을 훔쳐라

낙낙은 승부수를 맛이 아닌, 눈에 던졌다. 모든 메뉴는 인스타그램 피드에 박제되기 위해 태어난 듯하다. 대표 메뉴인 로디드 프라이와 햄버거는 일부러 소스를 흘러넘치게 연출하고 압도적인 양을 쌓아 올려 고객의 촬영 본능을 자극한다. 이것이 바로 ‘추펜 자단(出片炸弹)’, 즉 사진이 터지는 아이템을 통해 고객 스스로가 바이럴 마케터가 되게 하는 전략이다.
매장에서는 정갈함 대신 치즈와 토핑을 무겁게 쌓아 올린 ‘시각적 중량감’을 의도적으로 강조한다. 길고 복잡한 설명 없이도, 스크롤을 내리는 2초 안에 시선을 강탈하는 시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이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MZ세대의 문법을 정확히 간파한 영리한 접근이다.
저렴한 시작과 자동화된 증폭, 키오스크에 숨겨진 심리학

낙낙의 수익 모델은 치밀한 심리 게임과 같다. 주력 메뉴 가격을 15링깃에서 22링깃(약 4,500~6,600원) 사이로 설정해 진입 장벽을 극단적으로 낮춘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주문이 시작되는 키오스크 화면에서 벌어진다.
주문 과정에서 고객은 점원의 개입 없이 여러 단계의 업셀링(upsell) 제안을 받는다. 약 8.9링깃(약 2,670원)을 추가해 세트 메뉴로 업그레이드하는 식이다. 이 과정은 온전히 고객의 선택으로 이루어지기에, ‘죄책감 없는’ 추가 결제를 유도한다. 17.9링깃의 버거 단품이 자연스럽게 29링깃의 풀세트로 전환되는 마법이다. 이 무인 주문 및 셀프 서비스 시스템은 인건비 절감은 물론, 잘 설계된 경로를 통해 주문당 매출액을 50%가량 끌어올리는 강력한 엔진 역할을 한다.
낡은 할랄은 가라,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로 재정의하다

낙낙의 성공은 말레이시아의 젊은 무슬림 세대를 공략한 문화적 재해석에 힘입은 바가 크다. 기존 할랄 인증 브랜드의 낡고 경직된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로서의 할랄을 제안했다. 브랜드의 로고, 메뉴명, 매장 분위기 어디에서도 종교적 색채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밝고 긍정적인 ‘즐거움(Joy)’이라는 가치에 집중했다.

그 결과, 낙낙은 젊은 무슬림들이 친구들과 부담 없이 방문하고 SNS에 자랑스럽게 공유하는 사교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2025년 11월, 소스와 원재료를 생산하는 센트럴 키친이 공식 할랄 인증을 획득했고, 모든 매장 역시 인증 마지막 단계를 밟으며 브랜드 신뢰도를 완성했다.
K-푸드의 미래, ‘맛의 진정성’에서 ‘경험 설계’의 싸움으로
낙낙의 질주는 글로벌 K-푸드 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핵심은 한국의 맛을 얼마나 똑같이 재현하느냐가 아니라, 현지 고객의 심리와 문화적 코드를 읽고 비즈니스 시스템 전반에 얼마나 정교하게 녹여내느냐에 있다.
시각적 자극을 통한 바이럴 마케팅, 자동화된 업셀링 시스템을 통한 수익 극대화, 그리고 문화 코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브랜딩. 이는 단순히 말레이시아의 한 브랜드를 넘어, 해외 시장을 꿈꾸는 모든 F&B 기업이 주목해야 할 성공 방정식이다. 미래 외식 산업의 승패는 혀끝의 미각이 아닌, 머릿속의 ‘설계된 쾌감’을 제공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