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비타민’의 역설, 채움과 비움 사이의 균형

‘햇빛 비타민’의 역설, 채움과 비움 사이의 균형

권영미 몸숨쉼정원 원장
작성일: 2026년 1월 6일
수정일: 2026년 1월 6일

겨울의 한복판, 두꺼운 외투로 온몸을 감싸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계절이다. 추위는 피할 수 있게 되었지만, 우리 몸은 자연이 주는 가장 공평한 선물인 ‘햇빛’과 멀어지고 있다. 유독 피로가 가시지 않고 관절 마디마디가 쑤시는 느낌이 든다면, 단순히 나이 탓이나 계절적 우울감으로 치부하기 전에 우리 몸속 ‘비타민 D’의 안부를 물어야 할 때다.

비타민 D는 흔히 ‘햇빛 비타민’이라 불린다. 하지만 이 별명에는 현대인의 슬픈 역설이 담겨 있다. 실내 중심의 생활 패턴, 꼼꼼한 자외선 차단제 사용, 그리고 고위도라는 지리적 특성까지 더해져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햇빛 결핍’ 속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는 성인의 상당수가, 특히 중장년층과 실내 근무자에게서 비타민 D 결핍이 만연해 있음을 경고한다.

단순한 영양소를 넘어선 ‘신체 조절자’

우리가 비타민 D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히 ‘뼈를 튼튼하게 하는 영양소’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칼슘과 인의 흡수를 도와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것은 비타민 D의 가장 고전적이고 중요한 기능이다. 하지만 현대 의학은 비타민 D를 단순한 비타민이 아닌, 일종의 호르몬과 같은 역할을 하는 ‘신체 조절자’로 재정의하고 있다.

우선 비타민 D는 우리 몸의 방패인 면역 시스템의 사령관 역할을 한다. 면역 세포에 존재하는 수용체를 통해 과도한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 기능을 균형 있게 유지한다. 잦은 잔병치레나 감염성 질환에 시달리는 이들에게서 비타민 D 수치가 낮게 나타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근육 기능과 균형 감각 유지에도 관여하여 노년층의 낙상 위험을 줄여주며, 최근에는 뇌 신경 전달 물질 조절을 통해 우울감과 정서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즉, 비타민 D는 몸의 기둥인 뼈부터 마음의 안정을 담당하는 뇌까지, 전방위적으로 관여하는 필수 요소인 셈이다.

과유불급, 무조건적인 섭취는 독이 된다

몸에 좋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고함량 영양제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비타민 D가 ‘지용성 비타민’이라는 사실이다. 수용성 비타민과 달리 필요 이상 섭취 시 체외로 배출되지 않고 몸 안에 축적된다.

장기간 무분별하게 고용량을 복용할 경우 혈중 칼슘 농도가 높아지는 ‘고칼슘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메스꺼움, 구토, 갈증, 잦은 소변 등의 증상은 물론, 신장 결석이나 신장 기능 저하, 심한 경우 부정맥과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닌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지혜가 필요한 영양소다. 특히 여러 종류의 건강기능식품을 중복해서 섭취하고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권장량을 초과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건강은 수치가 아닌 ‘균형’에서 온다

비타민 D 관리의 핵심은 ‘나에게 맞는 적정량’을 찾는 것이다. 사람마다 흡수율과 생활 환경, 현재의 혈중 농도가 모두 다르기에, 획일적인 기준을 따르기보다는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자신의 수치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처방을 따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건강은 특정 영양소를 쏟아부어 채우는 것이 아니라, 생활 전반의 조화로움 속에서 만들어진다. 하루 15분, 잠시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햇빛을 마주하는 여유를 가져보자. 적절한 식사와 움직임, 그리고 자연이 주는 햇살이 어우러질 때 우리 몸은 비로소 건강한 균형을 되찾을 것이다.

권영미 몸숨쉼정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