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기업은 왜 메뉴판의 ‘이 글자’ 하나에 목숨 걸었나?

중국 대기업은 왜 메뉴판의 ‘이 글자’ 하나에 목숨 걸었나?

FBK 편집부
작성일: 2026년 1월 16일
수정일: 2026년 1월 16일

원재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클린 라벨이 F&B 시장의 핵심입니다. 메뉴판에 ‘제주산 흑돼지’처럼 구체적인 팩트를 더해 손님을 평생 단골로 만드세요.

당신의 메뉴판은 신뢰를 팔고 있습니까

손님 한 명을 잃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잘못된 식재료 하나면 충분하다. 요즘 소비자들은 음식 성분표를 탐정처럼 파고들며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하고 집요해졌다. 이 서늘한 현실을 마케팅의 기회로 바꾼 개념이 바로 클린 라벨(Clean Label)이다.

출처 : Unsplash의Jon Tyson

첨가물을 최소화하고 원재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이 흐름은 1990년대 중반 영국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 F&B 시장의 문법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중국의 거대 식료품 플랫폼 허마(盒马)와 딩동마이차이(叮咚买菜)는 이 무기를 온라인 시장에서 가장 영리하게 활용하며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것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당신의 식당이 살아남을 생존 규칙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거대 플랫폼은 어떻게 ‘선택의 고통’을 없앴나

수만 가지 상품이 뒤섞인 거대한 온라인 마켓을 상상해보라. 그 안에 오직 ‘단순하고 정직한 성분’으로 만든 제품만 모아둔 작은 명품관이 열렸다. 이것이 바로 허마와 딩동마이차이가 자신들의 앱 안에 구현한 ‘클린 라벨’ 코너의 본질이다.

출처: 딩동마이차이 앱 스크린샷

복잡한 화학 첨가물이나 알아들을 수 없는 원료명은 애초에 입장조차 할 수 없다. 허마는 서비스 초기 30여 곳의 공급업체와 손잡고 까다롭게 고른 상품들만 이곳에 진열했다. 이것은 단순한 상품 분류가 아니다. ‘우리가 당신의 시간과 건강을 대신 고민했으니 당신은 그냥 고르기만 하라’는 오만하지만 확실한 메시지다. 고객은 더 이상 수많은 상품의 성분표를 들여다보며 눈을 찌푸릴 필요가 없다. 그저 이 코너에 들어가 집으면 된다. 선택의 고통이 사라지는 순간 브랜드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싹튼다. 그들은 물건이 아니라 선택의 기준을 팔았다.

후광효과, 작은 디테일 하나가 가게 전체를 빛나게 한다

왜 이 전략이 시장에 제대로 통했을까. 고객의 뇌는 생각보다 단순하고 이기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클린 라벨’은 이 지점을 정확히 파고들었다. 수백 가지 메뉴가 적힌 백과사전 같은 메뉴판 앞에서 고객은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막막함을 느낀다. 선택지가 너무 많으면 사람은 결정을 포기하거나 가장 익숙한 것을 고를 뿐이다. ‘클린 라벨’ 코너는 ‘건강을 생각한다면 다른 건 볼 필요도 없습니다. 여기가 정답입니다’라는 명쾌함으로 고객의 머리를 쉬게 해주었다. 고민의 총량을 줄여준 것이다.

출처 : Freepik의 benzoix

이 영리한 전략은 가게 전체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바로 후광효과(Halo Effect)다. 깐깐한 기준으로 운영되는 코너 하나만으로 고객은 ‘아 이 집은 무엇을 해도 제대로 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김치찌개 하나를 완벽하게 끓이는 집은 다른 메뉴도 맛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같다. 당신의 가게에도 이런 ‘빛나는 디테일’이 있는가.

나아가 이 코너를 애용하는 고객은 스스로를 ‘내 몸을 소중히 여기는 현명한 소비자’로 인식한다. 단순히 음식을 사는 행위를 넘어 ‘건강’이라는 가치를 소비하며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고객은 가격표 몇천 원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더 이상 손님이 아니라 우리 가게의 가치를 믿고 따르는 ‘신도’이자 ‘우리 편’이 된다.

이제 당신의 메뉴판이 답할 차례입니다

출처 : Freepik의 syda_productions

물론 동네 식당 사장님이 수백억짜리 앱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앱보다 강력한 무기인 메뉴판이 있다. 핵심은 큐레이션(Curation)이다. 중국 앱의 ‘클린 라벨 코너’를 내 가게 메뉴판 한쪽으로 그대로 옮겨오면 된다. 예를 들어 메뉴판 귀퉁이에 작은 박스를 만들어 ‘[오직 12시간 우려낸 한우 사골 육수]’ 혹은 ‘[오늘 새벽 통영에서 직송한 해물]’ 같은 코너를 만드는 것이다. 이 작은 표시 하나가 ‘깐깐한 사장님이 당신을 대신해 최고의 선택을 준비했다’는 믿음의 증표가 된다.

여기서 반드시 명심해야 할 현실의 벽은 「식품표시광고법」이다. ‘클린’ ‘착한’ ‘건강한’ 같은 모호하고 주관적인 표현은 절대 금물이다. 어설픈 마케팅은 칭찬이 아니라 벌금 고지서로 돌아온다. ‘천일염으로만 간을 맞춘’ 처럼 구체적이고 증명 가능한 사실만 적어야 한다. CJ나 풀무원이 ‘무첨가’ 마케팅으로 시장을 장악한 비결도 바로 이 팩트의 힘에 있다.

이제 당신의 메뉴판을 꺼내 ‘작은 편집샵’을 열어보라. 수많은 메뉴 앞에서 길을 잃은 손님의 손을 잡아주는 이정표를 제시하는 것이다. ‘최고급’ ‘신선한’ 같은 뜬구름 잡는 소리는 이제 그만두고 ‘제주산 흑돼지 앞다리살’이나 ‘고창 할머니가 직접 짠 참기름’처럼 출처와 근거가 명확한 팩트로 승부해야 한다. 가격을 넘어 가치를 보는 진짜 단골은 이런 디테일에 반응한다. “이 메뉴는 왜 특별한가요?”라는 손님의 질문은 당신에게 찾아온 기회다. “설탕 대신 직접 담근 매실청으로 건강한 단맛을 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막힘없이 대답할 ‘한 문장’을 미리 준비하고 모든 직원과 공유하라. 그 한 문장이 당신의 가게를 특별하게 만들고 손님을 평생의 팬으로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