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 성장률을 10분의 1 토막낸 "제로 슈거"의 배신
제로 슈거 열풍이 꺾이며 저당 음료가 새로운 대세입니다. 헬시플레저 트렌드에 맞춰 맛과 건강의 균형을 잡는 전략을 확인하세요.
제로 슈거의 배신, 그리고 이성적 회귀

작년 이맘때만 해도 '제로 슈거(Zero Sugar)'가 F&B 시장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했습니다. 물도, 탄산도, 심지어 소주까지 설탕을 빼야만 팔리는 시대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우리가 받아든 2025년의 성적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무섭게 치솟던 무설탕 차 음료의 성장세가 거짓말처럼 꺾였습니다.
데이터는 냉정합니다. 음료 시장의 최대 성수기인 4월부터 9월까지, 중국 시장 내 무설탕 즉석 음료(RTD) 차의 매출 성장률은 전년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4월은 전년 성장률의 10분의 1 수준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반면 설탕이 들어간 유당 차 음료는 여전히 전체 시장의 68%에서 70%라는 압도적인 점유율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 7:3의 구도는 2022년부터 단 한 번도 깨진 적이 없는 철옹성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소비자들이 건강을 포기한 것일까요? 아닙니다. 고객들은 ‘맛없는 건강’에 지쳤을 뿐입니다. 대체당 특유의 밍밍하고 떫은 맛 대신, 설탕이 주는 확실한 즐거움을 다시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무작정 단맛을 좇지는 않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저당(Low Sugar)’이라는 거대한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1,800억 매출을 만든 숫자, '마이너스 25%'
이러한 흐름을 가장 먼저 간파하고 시장을 뒤흔든 브랜드가 있습니다. 바로 '원기삼림(Yuanqi Forest)'입니다. 이들은 2022년 말, 파격적인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설탕을 완전히 빼는 대신 ‘25%만’ 줄인 아이스티를 내놓은 것입니다.

전략은 적중했습니다. 건강을 챙기고 싶지만 맛은 포기하기 싫은 소비자의 이중적인 심리를 정확히 꿰뚫었습니다. 이 제품은 2024년 한 해에만 매출 10억 위안(한화 약 1,800억 원)을 돌파하며 시장의 판도를 바꿨습니다. 진짜 찻잎 추출물과 천연 과즙의 황금 비율로 맛을 잡고, 설탕을 적당히 줄여 죄책감을 덜어준 것이 주효했습니다.
이것은 비단 원기삼림만의 성공 신화가 아닙니다. 시장의 절대 강자인 캉스푸(Kangshifu) 역시 설탕을 50% 줄이고 식이섬유를 더한 '저당 고섬유질' 아이스티를 출시하며 이 흐름에 합류했습니다. 2025년 여름, 각종 온라인 판매 차트 1위를 휩쓴 것은 제로 음료가 아니라, 바로 이러한 ‘타협한’ 아이스티들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극단적인 무설탕 열풍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온 '설탕의 이성적 회귀' 현상입니다.
고객은 왜 '중간'을 선택하는가

소비 심리학에는 '타협 효과(Compromise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양 극단에 있는 선택지보다는, 가장 안전해 보이는 중간 대안을 선택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지금까지의 음료 시장은 '설탕 폭탄(기존 음료)'과 '맛없는 건강(제로 음료)'이라는 양 극단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고객은 선택을 강요받았습니다. 건강을 위해 맛을 버리거나, 맛을 위해 죄책감을 떠안거나 둘 중 하나였습니다. 이때 등장한 저당 음료는 완벽한 타협점이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맛도 있고, 몸에도 덜 나쁘잖아?"라는 심리적 면죄부를 제공한 것입니다.
이는 한국의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와도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즐겁지 않은 건강 관리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깨달은 것입니다. 스타벅스가 설탕을 줄인 '라이트 시럽' 옵션을 제공하고, 롯데칠성이 기존 제품의 맛을 유지하면서 당류를 낮춘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고객은 이제 0(Zero)이 아닌 최적의 균형(Balance)을 원합니다.
메뉴판의 허리를 보강하세요.
그렇다면 우리 가게에는 이 트렌드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요? 해답은 메뉴판의 '중간지대'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가장 먼저 시도해야 할 것은 매장의 대표 메뉴(Signature Menu)의 '라이트 버전'을 만드는 것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제로 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비싼 대체당을 연구하고 레시피를 뒤엎을 필요가 없습니다. 현재 가장 잘 팔리는 에이드나 주스 메뉴에서 설탕이나 시럽의 양을 20~30% 정도만 줄이십시오. 그리고 메뉴판에 '덜 달게' 옵션이 아니라, 독자적인 '라이트(Light) 버전'으로 명명하여 별도 메뉴로 등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기존 맛을 선호하는 단골 고객을 지키면서도, 당류 섭취를 걱정하는 신규 고객까지 흡수하는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입니다.
가격 정책에도 전략이 필요합니다. 기존 메뉴와 동일한 가격을 받거나, 프리미엄 재료(알룰로스, 천연 과즙 등)를 사용했다는 명분으로 중간 가격대를 설정하여 객단가를 방어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자신의 건강을 위해 '더 나은 선택'을 했다고 믿을 때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이때 막연히 "몸에 좋다"고 홍보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당류 30% Down, 맛은 그대로"와 같이 구체적인 숫자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합니다. 숫자는 신뢰를 만들고, 신뢰는 구매로 이어집니다.
또한 판매 채널을 매장 안에만 가두지 마십시오. 중국 시장에서 즉시배송 리테일과 할인점 채널이 음료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 것처럼, 국내에서도 배달의민족 B마트나 쿠팡이츠 마트 같은 퀵커머스 채널 입점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 집에서 편하게,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맛있는 저당 음료'를 찾는 수요는 오프라인보다 배달 앱 속에 훨씬 더 많이 숨어 있습니다.
시장은 다시 균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무조건 빼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극단적인 절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즐거움입니다. 지금 바로 주방으로 가서 설탕통의 눈금을 25%만 줄여보십시오. 그것이 2026년, 사장님의 매출을 견인할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