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피에트로처럼, '이야기' 하나로 죽은 시간을 살리는 법

일본 피에트로처럼, '이야기' 하나로 죽은 시간을 살리는 법

FBK 편집부
작성일: 2026년 2월 6일
수정일: 2026년 2월 6일

가게의 '죽은 시간'을 특별한 고객 경험으로 바꾸세요. '5분 이야기'로 돈 안 들이고 단골 만드는 법.

5분, 돈 받고 파는 시간으로 바꾸다

손님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주방은 고요하다. 가게에서 가장 애매하고 쓸모없는 시간, 바로 ‘음식 나오는 5분’이다. 이 시간을 돈 받고 팔 수 있다면 믿겠는가? 일본의 식품회사 피에트로가 바로 그 일을 해냈다. 2025년 12월 10일, 이들은 음식이 아니라 시간을 파는 기막힌 물건을 세상에 내놓았다.

출처 : 피에트로

피에트로의 신제품 『맛있는 것을 찾는 방법』. 내용물은 파스타 소스와 포타주, 지극히 평범한 레토르트다. 그런데 포장이 이상하다. 음식 사진 한 장 없이, 웬 B6 사이즈 문고본 책이 떡하니 놓여있다. 표지를 넘기면 조리법 대신 짧은 에세이가 손님을 맞는다. 이게 전부다.

이들의 전략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레토르트의 숙명인 ‘5~7분의 조리 대기 시간’을, 고객이 에세이를 읽으며 ‘맛있음을 숙성시키는 시간’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제품이 아니다. ‘기다림’이라는 경험 그 자체를 판다. 마트 진열대가 아닌 서점에 놓여야 할 것 같은 이 제품은 평범한 한 끼를 특별한 휴식으로 바꾸는 새로운 시장을 열어젖혔다.

왜 사람들은 기꺼이 '기다림'에 돈을 냈을까?

이 전략이 먹힌 이유는 단 세 가지,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꿰뚫었기 때문이다.

출처 : 피에트로

첫째, 생각의 판을 뒤집었다

‘아, 또 기다리네’ 하는 지루함을 ‘딱 5분, 나를 위한 시간이네’라는 선물로 둔갑시켰다. 손님 머릿속에서 ‘기다림’은 더 이상 비용이 아니다. 나에게 주는 보상이 된 것이다.

둘째, 손님을 ‘공범’으로 만들었다

손님은 그냥 데우는 게 아니라 에세이를 읽으며 ‘특별한 경험’에 동참한다. 이 작은 참여가 음식을 ‘내가 완성한 요리’처럼 느끼게 만든다. 바로 ‘이케아 효과’다. 괜히 산 정상에서 먹는 주먹밥이 더 맛있겠는가. 손님의 작은 참여가 음식의 가치를 몇 배로 뻥튀기하는 셈이다.

마지막, 이야기를 팔았다

책 모양의 포장, 후쿠오카 지역 식재료 스토리는 이성이 아닌 감성을 파고든다. 손님은 성분표 대신 브랜드 스토리에 빠져든다. 이것이 단순한 한 끼를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만든다.

'빨리빨리' 한국에서 이 전략, 어떻게 써먹어야 할까?

물론 이걸 한국에서 그대로 따라하면 십중팔구 망한다. ‘빨리빨리’ 문화권에서 무작정 기다리라는 건 나가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사장님 가게에도 이런 ‘죽은 시간’이 분명 있지 않은가?

우리가 노려야 할 것은 ‘느림의 미학’이 아니다. ‘짧지만 꽉 찬 쉼’이다. 이미 성공한 선배들이 있다. 해화장은 ‘부인의 편지’를 통해, 빙그레의 ‘ㅏㅏㅏ맛 우유’는 빈칸 채우기 놀이로 SNS를 달궜다.

일본처럼 긴 에세이는 사치다. 대신 테이블 위 작은 안내판, 배달 포장 스티커에 ‘오늘 들어온 통영 굴이 사장님 식탁까지 온 짧은 여정’ 같은 한두 문장의 이야기를 담아보라. QR코드를 찍으면 음식을 기다리며 들을 수 있는 ASMR이나 음악이 흘러나오게 하는 건 어떤가? 핵심은 하나다. 손님의 ‘죽은 시간’에 우리 가게의 색깔을 채워 넣어 ‘특별한 경험’으로 바꿔주는 것.

당장 오늘부터, 우리 가게 '죽은 시간'에 숨 불어넣기

거창한 계획은 필요 없다.

1. ‘죽은 시간’ 리스트업

먼저, 종이와 펜을 들고 우리 가게의 ‘죽은 시간’이 언제 어디서 발생하는지 적어보자. 손님이 메뉴를 고르고 기다리는 시간? 포장 음식을 기다리는 10분? 생각보다 많을 것이다.

2. 1분짜리 ‘이야기’ 만들기

그 다음엔 딱 1분짜리 ‘이야기’를 만든다. 우리 가게 대표 메뉴에 얽힌 사장님의 고집, 오늘 새벽 시장에서 떼어 온 식재료의 산지 스토리. 무엇이든 좋다.

3. 즉시 테스트하기

마지막으로 가장 돈 안 드는 방법으로 즉시 테스트하는 거다. 테이블 안내판, 메뉴판 뒷면, 냅킨 홀더, 배달 스티커. 어디든 좋다. 거기에 우리만의 이야기를 담아보라. 손님은 음식만 맛보는 게 아니라, 가게의 이야기도 함께 맛보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돈 안 들이고 단골을 만드는 가장 강력한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