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킨 대신 소스를? KFC가 Z세대의 지갑을 연 비결은?
KFC의 새 브랜드는 11가지 'KFC 소스'로 Z세대를 공략했습니다. 이는 메뉴 단순화와 경험을 앞세운 'Z세대 마케팅'의 성공 전략으로, 매출 상승의 해법을 제시합니다.
KFC의 ‘반란’, 치킨 대신 소스를 팔다
직원 교육 2시간. 음식 서빙 4분. 이게 과연 가능한 속도일까. KFC가 만든 서브 브랜드 ‘Saucy’는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었다. 단순히 빠른 가게가 아니다. 치킨 텐더 단 하나의 메뉴에 소스 11개를 붙여 찾아오는 손님의 3분의 1을 30세 미만으로 채웠다. 불황에 지갑은 닫아도 ‘경험’에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젊은 세대.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칼날은 바로 이 ‘소스’에 있었다.

시작은 2023년 KFC 본사로부터 독립된 팀에게 던져진 미션이었다. ‘젊은 세대를 다시 KFC로 데려와라.’ 그 결과물이 바로 ‘Saucy by KFC’다. 전략은 무서울 정도로 단순하고 명확하다. 주력 메뉴를 과감히 치킨 텐더 하나로 줄이고 11가지 시그니처 소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제 손님은 치킨이 아니라 소스를 보고 가게를 고르고 자신의 취향대로 마음껏 조합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됐다.
속도와 효율로 완성된 시스템

이 모든 속도전의 배후에는 치밀하게 설계된 AI 주방 시스템이 있다. 실제 조리에는 4분 30초가 걸리지만 고객의 손에 음식이 들어가는 시간은 4분을 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신입 직원의 교육이 단 2시간이면 끝나는 경이로운 효율성의 비밀이다. 매장 전체를 뒤덮은 감각적인 핑크색과 유리 외관은 ‘실버 숍!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했고 속이 훤히 비치는 투명 용기의 ‘캔 케이크’는 인스타그램의 필수 인증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는 이미 이 파격적인 시도가 ‘역대급 점포당 평균 매출(AUV)’을 기록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Z세대는 왜 지갑을 여는가
이 대담한 전략은 왜 성공했을까.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이라면 단번에 알아차릴 것이다. 고객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잡다한 메뉴를 전부 없애고 ‘오늘은 무슨 소스를 먹지?’라는 즐거운 고민 하나만 남겨둔 것이다. 선택의 고통은 극적으로 줄이고 조합의 재미는 폭발시켰다.
맛집이 아니라 ‘분위기 맛집’을 판다

단순히 음식이 아니라 ‘힙한 분위기’를 판다는 전략도 정확히 Z세대의 심리를 관통했다. 요즘 소비자들은 맛있는 집보다 ‘가볼 만한 힙한 공간’을 먼저 탐색하고 그 경험을 SNS에 공유하며 소속감을 느낀다. 핑크색 매장과 투명한 ‘캔 케이크’는 ‘나 이런 곳에 다니는 사람이야’라고 말하는 ‘인증샷 티켓’이나 다름없다. 심지어 ‘Saucy’라는 이름을 아이폰에서 입력하면 보라색 악마 이모티콘이 함께 뜨도록 계산한 브랜딩은 치밀함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결정타는 ‘속도’였다. 키오스크 주문부터 음식을 받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물 흐르듯 빠르면 손님은 무의식적으로 가게를 신뢰하게 된다. ‘이 집 프로네.’ 이 좋은 경험은 음식 맛까지 끌어올리는 마법을 부린다. 속도는 단순히 회전율의 문제가 아니라 가게의 실력이자 고객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신뢰의 신호다.
남의 성공 공식 그대로 베끼면 망하는 이유
Saucy의 성공 전략은 한국 시장에서 더 큰 파급력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한 국내 소비자 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는 미국처럼 자신만의 소스를 챙겨 다니기보다(BYOS) 매장에서 특별한 선택지를 제공해주길 강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이미 BHC의 ‘뿌링클 소스’나 교촌의 ‘K1 소스’가 그 강력한 증거다.
물론 이 공식을 그대로 베끼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우선 브랜딩부터 한국식으로 완전히 갈아엎어야 한다. 핑크색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우리 가게가 자리한 상권 예를 들어 ‘성수동의 인더스트리얼 감성’이나 ‘연남동의 아기자기한 감성’에 맞는 콘셉트를 찾아야만 고객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다.
다음으로 소스를 재구성해야 한다. 11가지? 전부 따라 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마늘과 간장 베이스를 기본으로 단단히 다지고 트러플 오일이나 와사비마요 같은 필살기 소스 2~3가지만 추가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고 강력하다. 고가의 AI 시스템 도입은 당장 꿈같은 소리일 수 있다. 그보다 먼저 사용하기 편리한 키오스크와 안정적인 POS 시스템부터 제대로 갖추는 것이 진정한 시작이다.
당신의 가게에 맞는 ‘소스’를 찾아라
결국 핵심은 내 가게의 본질을 파악하고 거기에 ‘Saucy의 전략’을 어떻게 접목할지 고민하는 데 있다. 가장 자신 있는 핵심 메뉴 하나를 정하고 거기에 곁들일 특제 소스나 토핑 3~5개를 개발해 손님에게 ‘조합의 재미’를 선물할 수 있는가. 돈 들이지 않고 바이럴을 만들고 싶다면 고객이 스스로 찍어 올릴 만한 ‘인증샷용’ 시그니처 사이드 메뉴를 딱 하나만 만들어라. 마지막으로 지금 당장 주문부터 음식이 나가는 동선을 그려보고 단 1분이라도 줄일 수 있는 구간이 어디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 1분이 가게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