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장 마진 포기하라,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장사법
일본 패밀리마트는 9개월간의 할인으로 고객 습관을 만드는 ‘운영 루틴화’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바이럴에 의존하는 국내 자영업자에게 지속 가능한 매출 성장 해법을 제시합니다.
바이럴은 순간이지만 습관은 영원히 매출을 지배한다
전 세계 F&B 시장이 미국에 상륙한 세븐일레븐의 '에그 샐러드 샌드위치' 열풍에 주목할 때, 정작 소매업의 본질을 꿰뚫는 조용한 혁명은 일본 패밀리마트에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나 자극적인 신메뉴가 아닌, 가장 기초적인 식재료인 '계란'을 통해 소비자의 일상을 파고드는 전략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대박 메뉴 하나가 가게의 운명을 바꿀 것이라 기대하지만, 진정한 매출의 지속성은 단발성 화제가 아닌 고객의 반복된 행동, 즉 '루틴'에서 나옵니다. 일본 패밀리마트가 9개월간의 치밀한 실험을 통해 증명한 '운영 루틴화(Operational Routinization)' 전략은, 고물가 시대와 인건비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한국의 외식업 경영자들에게 생존을 넘어선 성장의 해법을 제시합니다.
고객의 발길을 묶어두는 9개월의 시간차 공격

패밀리마트는 2025년 5월, 매우 이례적인 가격 정책을 단행했습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계란, 우유, 두부 등 가정 내 필수 식재료 11종을 20엔씩 할인해 주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미끼상품(Loss Leader) 전략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금요일에는 무조건 패밀리마트'라는 소비자의 근육 기억을 만들기 위한 치밀한 설계가 숨어 있었습니다. 슈퍼마켓이 독점하던 주말 장보기 수요를 편의점으로 끌어오기 위해, 그들은 단기적인 수익 감소를 감내하며 9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할인이 아니라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브랜드를 강제로 동기화시키는 '습관 형성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가격 민감도를 이용해 진입 장벽을 낮춘 뒤, 점차 심리적 의존도를 높이는 단계적 접근에 있습니다. 초기에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싼 가격' 때문에 방문하지만, 매주 금요일 방문이 반복되면서 이것은 의식적인 선택이 아닌 자동화된 습관으로 변모합니다. 9개월 후 패밀리마트의 데이터는 이 가설이 옳았음을 증명했습니다. 해당 품목의 매출은 물론, 빵이나 도시락 같은 연관 상품의 구매까지 4~5% 동반 상승하며 객단가가 높아졌습니다. 고객은 미끼를 물었을 뿐만 아니라, 그 공간에 머무는 것을 편안한 일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데이터를 장악하는 자가 식탁을 지배한다
충분한 데이터가 쌓인 2025년 12월, 패밀리마트는 전략을 다음 단계로 격상시켰습니다. 금요일 한정이었던 할인을 평일로 확대하고, 금요일 할인 폭은 최대 50엔까지 늘렸습니다. 단,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붙었습니다. 바로 자사 앱인 'FamiPay'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판촉이 아닌 철저한 '가격 차별화(Price Discrimination)' 전술이자 데이터 확보 전략입니다. 가격에 민감한 알뜰 소비자는 앱을 설치하는 수고를 감수하며 충성 고객군으로 편입되고, 가격보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일반 고객은 정가에 구매함으로써 매장의 기본 마진을 방어합니다.

이러한 '성공 루틴 수립' 과정은 한국의 F&B 현장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GS25의 '혜자로운 집밥'이나 CU의 '연세우유 생크림빵'이 보여주듯, 강력한 시그니처 아이템은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들이는 강력한 앵커(Anchor)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패밀리마트의 사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단순히 인기 상품을 파는 것을 넘어, 그 상품을 매개로 고객의 방문 주기와 구매 패턴 데이터를 장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앱을 통해 누가, 언제, 무엇을 함께 샀는지 파악하는 순간, 사장님은 '물건을 파는 사람'에서 '고객의 식탁을 기획하는 관리자'로 변모하게 됩니다.
기술과 인간의 온기가 결합된 새로운 소매업의 미래
패밀리마트의 호소미 켄스케 CEO는 인터뷰를 통해 "기술은 효율을 높이지만, 결국 고객을 다시 오게 만드는 것은 인간적인 온기"라고 강조했습니다. AI 로봇이 청소를 하고 데이터가 발주량을 조절하는 첨단 시스템 속에서도, 유통기한이 임박한 상품에 '눈물을 흘리는 캐릭터(나미다메 마크)'를 부착해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은 시사점이 큽니다. 고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되, 그 끝단에는 반드시 고객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터치포인트가 있어야 합니다. 한국의 자영업자들 역시 키오스크와 테이블 오더로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패밀리마트처럼 고객의 심리적 만족감을 높이는 '따뜻한 루틴'을 설계해야 합니다.

결국 살아남는 가게의 경쟁력은 '얼마나 싸게 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고객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세븐일레븐의 샌드위치가 보여준 폭발적인 화제성도 중요하지만, 패밀리마트가 보여준 끈기 있는 루틴화 전략이야말로 불황을 이기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사장님의 가게에도 고객이 매주, 혹은 매일 들르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강력한 습관의 고리'가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의 마진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고객의 시간을 점유하는 투자를 시작하십시오. 그것이 바로 가격 전쟁의 포화 속에서 내 가게를 지키는 유일한 생존 루틴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