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만성 피로와 자율신경계의 작용

현대인의 만성 피로와 자율신경계의 작용

권영미 몸숨쉼정원 원장
작성일: 2026년 1월 27일
수정일: 2026년 1월 27일

“잠은 충분히 잤는데도 피곤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기운이 나질 않아요.” “쉬고 있는데도 피로가 풀리지 않습니다.”

요즘 많은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이들이 느끼는 피로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현대인의 피로는 이제 단순히 체력 저하나 일시적인 과로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몸의 문제뿐 아니라 신경계에 과부하가 걸린 상태, 즉 '만성 피로'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만성 피로는 에너지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에는 피로를 근육의 문제나 영양 부족으로 이해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의학과 신경과학에서는 만성 피로를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로 설명합니다.

자율신경계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심장 박동, 호흡, 소화, 체온, 호르몬 분비 등을 조절하는 중요한 시스템입니다. 이 신경계는 각성과 긴장을 담당하는 교감신경과, 이완과 회복을 담당하는 부교감신경으로 나뉩니다.

문제는 현대인의 일상이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한다는 점입니다. 빠른 삶의 속도, 끊임없는 업무와 책임, 스마트폰 알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은 신경계를 늘 긴장 상태로 유지하게 만듭니다. 그 결과 몸은 쉬고 싶어 하지만, 뇌는 경계 상태를 쉽게 내려놓지 못하게 됩니다. 이때 느끼는 피로는 에너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신경계가 계속 깨어 있는 상태에서 오는 피로입니다.

쉬고 있는데도 피곤한 이유가 있습니다

침대에 누워 있어도 머릿속으로는 하루를 되돌아보고, 내일을 걱정하며, 해결되지 않은 일들을 반복해서 떠올리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스마트폰을 내려놓아도 뇌는 이미 수많은 자극에 익숙해져 쉽게 멈추지 못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수면 시간은 늘어날지 몰라도, 회복의 깊이는 얕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스트레스를 단순한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신경계·내분비계·면역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생리적 부담으로 설명합니다.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피로,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 면역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합니다.

즉, 만성 피로는 ‘열심히 살아서 생긴 증상’이 아니라, 회복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현대인의 피로를 키우는 보이지 않는 요인들

  • 첫째, 지속적인 정보와 자극에 노출되는 환경입니다.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메시지, 뉴스, 영상, 업무 알림은 뇌를 쉬지 못하게 만듭니다. 특히 밤늦은 시간까지 이어지는 화면 사용은 수면 호르몬 분비를 방해해 신경계 회복을 어렵게 합니다.

  • 둘째, 감정적 긴장과 불안의 일상화입니다. 경제적 불안,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성과에 대한 압박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신경계를 지속적으로 긴장시킵니다. 몸은 가만히 있어도 신경계는 늘 대비 태세를 유지하게 됩니다.

  • 셋째, 움직임의 부족입니다. 온종일 앉아서 생활하는 방식은 오히려 피로를 키울 수 있습니다. 가벼운 움직임은 혈액순환을 돕고 신경계의 균형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움직이지 않으면 에너지가 쌓이는 것이 아니라 몸 안에 정체되기 쉽습니다.

만성 피로 회복은 ‘더 많이 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피곤할수록 더 자고 더 누워 있으려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그러나 신경계가 과도하게 각성된 상태에서는 단순한 휴식만으로는 충분히 회복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신경계가 ‘안전하다’고 느끼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시도가 도움이 됩니다.

  1. 호흡: 느리고 깊은 호흡은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신경계를 안정시킵니다. 하루 중 단 몇 분이라도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은 몸에 “지금은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2. 부담 없는 움직임: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천천히 걷는 것처럼 리듬 있는 움직임은 신경계를 부드럽게 이완시킵니다. 반드시 격렬한 운동일 필요는 없습니다.

  3. 자극을 줄이는 시간: 완벽한 디지털 차단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하루 중 일정 시간만이라도 화면과 정보를 멀리하는 것만으로도 신경계 회복은 시작될 수 있습니다.

피로는 나약함이 아니라 몸의 신호입니다

만성 피로는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도, 게으름의 결과도 아닙니다. 오히려 오랫동안 잘 버텨온 몸과 마음이 보내는 정직한 신호에 가깝습니다. 이 신호를 무시한 채 계속 자신을 밀어붙이면, 몸은 더 강한 방식으로 ‘멈춤’을 요구하게 됩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오래 ‘버티는 법’만 배워왔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회복하는 법, 쉬는 법, 멈추는 법을 배워야 할 시점입니다. 몸의 신호를 존중하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기본 조건입니다.

피로를 없애려 애쓰기보다 왜 피로가 생겼는지를 먼저 이해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지점에서부터 진짜 회복은 시작됩니다.

권영미 몸숨쉼정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