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의 손님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기념일’의 기술

72%의 손님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기념일’의 기술

FBK 편집부
작성일: 2026년 2월 20일
수정일: 2026년 2월 20일

단순 할인이 아닌 '먹어도 되는 명분'을 제공하는 심리 마케팅. 우리 가게만의 특별한 날을 지정하여 브랜드 회상도와 수익성을 동시에 잡는 로드맵입니다.

출처 : Freepik의 pvproductions

1년 중 피자가 가장 많이 팔리는 2월 9일의 비밀

2월 9일이 되면 미국 전역의 피자집들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됩니다. 별다른 광고비를 쏟아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년 중 가장 강력한 매출이 터져 나오며 온 나라가 약속이라도 한 듯 피자만을 찾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가능한 이유는 미국 외식업계가 벌인 지독하게 단순한 전략인 ‘없는 날을 만들어 파는 것’에 있습니다. 이들은 2월 9일을 ‘피자의 날’로 7월 15일을 ‘핫도그의 날’로 선포하고 온라인에 불을 지폈습니다. 시작 비용은 사실상 0원이었으나 그 결과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실제로 ‘피자의 날’ 하루 매출은 미국 최대 스포츠 경기 시즌인 슈퍼볼 기간의 수요와 맞먹는 수준에 도달했으며 과거 ‘정크푸드’ 취급을 받으며 외면당하던 핫도그는 이 전략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습니다.

고객의 구매 버튼을 누르는 세 가지 심리적 방아쇠

이 전략이 단순히 할인을 앞세웠기 때문에 성공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이는 사람의 마음을 정확히 흔드는 세 가지 심리적 기제를 관통했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고객에게 ‘오늘은 먹어도 된다’는 완벽한 명분을 제공한 것입니다. 평소라면 건강이나 비용 문제로 주문을 망설였을 손님들에게 ‘오늘은 피자의 날이니까’라는 핑계를 던져줌으로써 고민의 문턱을 완전히 낮춰버렸습니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매우 강력한 기준점 설정 효과를 발휘합니다.

두 번째 방아쇠는 ‘나만 안 하면 손해’라는 강력한 대세감입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번져나가는 ‘오늘의 인증샷’ 행렬은 주변 사람들이 모두 참여하는데 나만 빠진다는 불안감을 자극합니다. 실제 마케팅 업계 데이터에 따르면 소비자의 무려 72%가 피자의 날이나 주요 스포츠 경기 같은 특별한 날에 피자를 주문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남들을 따라가는 이 사회적 증거만큼 확실한 구매 유도 장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전략은 고객의 머릿속에 특정 메뉴를 각인시키는 효과가 탁월합니다. 특정 날짜와 메뉴를 반복해서 연결하면 고객이 저녁 메뉴를 고민할 때 수많은 선택지 중 해당 메뉴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됩니다. 설령 그날 당장 구매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브랜드 회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기업에 매우 남는 장사입니다.

핫도그의 평판 위기를 기회로 바꾼 역발상 마케팅

음식 기념일의 탄생 배경에는 때때로 산업 전체의 생존이 걸린 절박함이 숨어 있습니다. 맨해튼의 한 고층 빌딩에 모인 마케팅 전문가들은 핫도그가 건강에 해로운 음식이라는 사회적 낙인에 찍혀 소비가 급감하는 위기 상황을 논의했습니다. 그들은 핫도그를 다시금 ‘고기와 부드러운 빵 그리고 소스가 어우러진 즐거운 음식’으로 재정의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이때 등장한 아이디어가 바로 7월 15일을 ‘국가 핫도그의 날’로 지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제안은 거창한 광고 캠페인 대신 달력 위에 새로운 의미를 새기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미국 땅콩 협회가 주도한 ‘땅콩버터의 날’처럼 산업 협회나 정부 산하 기관이 가세하며 공신력을 얻었고 이제는 매년 해당 날짜만 되면 전 국민의 관심을 받는 상업적 축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역사적 근거가 전혀 없는 인위적인 날짜임에도 불구하고 축제 같은 분위기와 이름이 결합하자 즉각적인 매출 급증이라는 실질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입니다.

한국 시장의 피로감을 뚫고 살아남는 '우리 가게만의 비밀'

출처 : 더벤티

하지만 이미 빼빼로데이나 삼겹살데이 같은 기념일이 넘쳐나는 한국 시장에서 어설픈 모방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대중 전체를 겨냥한 대규모 행사가 아니라 우리 가게를 사랑하는 골수팬들만을 위한 밀도 높은 파티로 접근 방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전국적인 스타가 되려는 욕심을 버리고 특정 브랜드가 단골에게만 특별한 혜택을 주는 '더벤티데이'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게의 창립 기념일을 사장님이 단골에게 한턱 쏘는 날로 명명하거나 시그니처 메뉴가 완성된 날을 ‘메뉴의 생일’로 축하하는 식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필요합니다.

가성비에 극도로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을 움직이려면 감성적인 명분뿐만 아니라 손에 잡히는 확실한 이득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어설픈 10% 할인 같은 제안은 오히려 고객에게 광고로 인식되어 거부감만 줄 뿐입니다. 차라리 대표 메뉴 1+1이나 사장님이 가장 아끼는 사이드 메뉴를 무료로 증정하는 것처럼 누가 봐도 파격적인 ‘미친 혜택’이 한 방에 제공되어야 입소문이 터집니다.

성공적인 축제의 시작은 누구를 초대할지 결정하는 데서 결정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알리기보다는 가게를 가장 아껴주는 단골들에게 먼저 “사장님께만 가장 먼저 알려드리는 특별한 소식”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십시오. 이러한 특별 대우는 단골의 소속감을 자극하고 그들이 스스로 가게의 가장 열렬한 홍보대사가 되어 주변으로 영향력을 퍼뜨리게 만듭니다. 날짜를 정하고 스토리를 입힌 뒤 단골을 초대하는 것만으로도 사장님은 광고비 없이 매출의 반전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