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고작 33개, 경쟁사 비웃던 카페가 1등 된 이유?

8년간 고작 33개, 경쟁사 비웃던 카페가 1등 된 이유?

FBK 편집부
작성일: 2026년 2월 24일
수정일: 2026년 2월 24일

경쟁사가 550개를 열 때 8년간 33개만 낸 카페. 이는 Z세대를 사로잡는 고도의 브랜딩 전략으로 성공적인 카페 창업을 위한 시스템 설계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8년간 매장 33개, 확장을 멈춘 것이 아니라 판을 짠 것이다

8년 동안 매장 33개. 연평균 고작 4.1개입니다. 주변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영토 확장에 사활을 걸 때 대만 브랜드 카페인(CAFE!N)은 정반대의 궤적을 그렸습니다. 같은 기간 루이싱 커피(Luckin Coffee)가 550개, 카마 커피(Cama Café)가 147개의 매장을 쏟아낼 때 이들은 왜 스스로 속도를 늦췄을까요? 이는 동력을 상실한 브랜드의 퇴보가 아닙니다. 시장의 생리를 정확히 읽는 '진짜 선수'들이 설계한 고도의 심리전이자 시스템 구축의 과정이었습니다.

출처 : CAFE!N

2018년 론칭 당시, 카페인은 가성비라는 흔한 프레임을 거부하고 '디자인'이라는 명확한 페르소나를 내세웠습니다. 꼼데가르송(Comme des Garçons)의 아티스트와 협업한 공간은 순식간에 소셜 미디어의 성지가 되었지만 이들은 휘발성 높은 유행에 안주하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인 완급 조절 뒤에는 커피 한 잔의 판매량보다 강력한 '공급망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단순 소매업이 아닌 '음료 ETF'를 구축하는 공급망의 힘

카페인의 이 기묘한 배짱은 모기업 위안여우(Wenyu)라는 든든한 배경에서 나옵니다. 20~30년간 커피와 차 원료를 공급해온 B2B 시장의 지배자인 이들은 카페인과 최근 론칭한 지허제차(JiHeJieTea) 브랜드를 결합해 거대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커피-티 ETF' 전략이라 부릅니다.

출처 : pexels의 Quang Nguyen Vinh

길거리 매장 하나하나의 손익에 일희일비하는 단계는 이미 넘어섰습니다. 원료 소싱(Sourcing)부터 연구개발(R&D), 물류까지 수직 계열화된 '음료 공급 시스템' 자체를 시장에 각인시키는 것이 이들의 본질적인 목표입니다. 우리가 보는 감각적인 매장들은 사실 이 거대한 시스템의 효율성과 품질을 증명하는 가장 세련된 형태의 쇼룸인 셈입니다.

선택 과부하를 해소하는 '신클래식'의 심리학

화려하고 복잡한 신메뉴는 때로 고객에게 피로감을 줍니다. "무엇을 골라야 실패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이 길어질수록 고객의 구매 만족도는 하락합니다. 만약 당신의 메뉴판 앞에서 손님이 3초 이상 망설인다면, 그것은 설계의 실패입니다. 카페인은 기본에 철학을 더한 '신클래식(New Classic)' 전략으로 이 문제를 돌파했습니다. 유행을 쫓는 대신 '신뢰할 수 있는 본질'에 집중하여,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안전하고 세련된 선택지를 제공합니다. 시각적 정보 과잉에 지친 Z세대(Gen Z)가 이들의 간결함에 열광하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인 결과입니다.

출처 : pexels의 John Diez

습관을 설계하는 비밀, '내갈(耐喝)'의 가치

강렬하고 자극적인 맛은 첫 경험을 유도하기엔 좋지만 일상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카페인은 매일 마셔도 물리지 않는 '내갈(耐喝)', 즉 마시기 편안한 농도와 균형을 집요하게 파고들었습니다. 특별한 날을 위한 '목적지 상품'을 넘어 오후 2시의 동반자처럼 일상에 스며드는 전략입니다. 이는 고객을 1회성 방문객에서 평생 고객으로 전환하는 핵심 기제입니다. 음료를 '디저트'의 범주에서 '수분 보충'이라는 더 거대한 생활 시장으로 이동시킨 것입니다.

인력난의 해법, '고용주 브랜딩'

감도 높은 공간과 유니폼은 고객만을 위한 장치가 아닙니다. '나는 감각적인 브랜드의 일원이다'라는 사회적 정체성을 직원에게 부여하는 강력한 보상 체계입니다. 노동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재의 F&B 시장에서, 젊은 인재들은 단순히 시급 500원 차이보다 브랜드가 주는 자부심을 선택합니다. 직원들이 스스로를 단순 노동자가 아닌 '브랜드 큐레이터'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카페인이 인력난이라는 전쟁터에서 승리하는 방식입니다.

한국 F&B 시장을 위한 전략적 재해석

이러한 대만의 사례를 한국 시장에 어떻게 이식해야 할까요? 핵심은 단순한 모방이 아닌 '맥락적 재해석'입니다. 카페인의 미니멀리즘을 그대로 가져올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에는 이미 '진로이즈백' 등이 증명한 강력한 뉴트로(Newtro) 코드가 존재합니다. 우리 매장만의 고유한 레트로 감성을 담은 오브제와 메뉴판으로 한국형 신클래식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또한 투썸플레이스(A Twosome Place)가 TWG와 협업해 객단가를 방어했듯, 대표 커피 메뉴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차(Tea) 라인업을 강화하는 것도 실질적인 수익 개선 방안이 됩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고용주 브랜딩(Employer Branding)의 도입입니다. 대형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와 가격으로 경쟁하는 것은 자살 행위입니다. 대신 브랜드의 '가치'로 우수한 인력을 선점하고 유지하십시오. 그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현장을 지킬 때, 비로소 충성 고객이 만들어집니다. 철학이 담긴 유니폼 하나, 명확한 직무 설계 하나가 주변 경쟁 점포와는 차원이 다른 인재를 끌어모으는 자석이 될 것입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단 하나의 실행 가이드

결국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은 '당신은 무엇을 파는 사람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에 대한 답에 달려 있습니다. 유행을 타는 단기적 메뉴 10개보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단 하나의 시그니처, 즉 당신 가게만의 '김치찌개' 같은 메뉴가 무엇인지 정의하십시오. 브랜딩은 로고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이러한 본질을 고객과 직원에게 전달하는 과정입니다.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제언을 드립니다. 첫째, 매몰 비용이라 생각하지 말고 직원의 직책을 '경험 디자이너'나 '캡틴'으로 격상하고 그에 걸맞은 유니폼과 권한을 부여하십시오. 둘째, 원두든 수제청이든 핵심 원재료 하나만큼은 생산지와 직계약하거나 독점적인 레시피를 확보하여 '대체 불가능한 맛의 일관성'을 구축하십시오.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확장은 붕괴의 시작일 뿐이지만, 밀도 있게 설계된 시스템은 확장을 저절로 불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