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가격만 올리다니... 당신 가게가 망하는 이유

불황에 가격만 올리다니... 당신 가게가 망하는 이유

FBK 편집부
작성일: 2026년 3월 5일
수정일: 2026년 3월 5일

2만 원짜리 멘치카츠가 불티나게 팔린다.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식당' 전략으로 극심한 가격 저항을 돌파하는 비결을 확인하세요.

가격이 아닌 경험을 파는 시대, 2만 원짜리 멘치카츠의 도발

점심 한 끼에 2만 원. 그것도 평범한 멘치카츠다.

출처 : ザ・メンチ

일본 1등 튀김 꼬치 브랜드 ‘쿠시카츠 다나카’가 ‘유니시아 홀딩스’로 사명까지 바꾸고 던진 첫 승부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전략이 도쿄 한복판이 아니라 사이타마현의 외곽 신도시 오미야에서 통했다는 점이다. 오픈 첫날부터 가게 앞은 긴 줄로 장사진을 이뤘다. 매일 밤 원가와 씨름하는 사장님이라면 이들의 배짱과 치밀한 계산을 똑똑히 들여다봐야 한다. 도대체 무엇이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출처 : ザ・メンチ

판을 뒤집은 건 ‘고기’가 아니었다

메뉴는 단 하나 ‘와규 멘치카츠 정식’. 가격은 1,980엔(약 1만 8천 원)이다. 이 가격표가 무색하게 밥과 양배추 그리고 수프는 눈치 보지 않고 리필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무기는 이런 넉넉한 인심이 아니다.

출처 : ザ・メンチ

이곳에서는 완제품이 나오지 않는다. 겉만 살짝 튀겨진 레어 상태의 멘치카츠와 작은 개인 화로가 전부다. 손님은 직접 자기 고기를 뜨거운 불판에 올려 원하는 만큼 익혀 먹는다. 가게에서는 이 행위를 단순히 굽는다고 표현하지 않고 멘치를 ‘키운다(育てる)’고 부른다. 손님을 구경꾼이 아닌 식사의 주인공으로 만드는 기가 막힌 한마디다.

출처 : ザ・メンチ

식사는 한 편의 연극처럼 3단계로 설계되었다. 첫 점은 소금에 찍어 와규 본연의 맛을 느끼고 두 번째는 폰즈 소스로 변주를 준다. 그리고 마지막 한 점을 위해 직원이 다가와 뜨거운 불판 위로 데미글라스 소스를 부어주는 극장형 프레젠테이션으로 화려한 막을 내린다. 이것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완벽하게 연출된 한 편의 쇼다.

비싼 가격표를 잊게 만드는 심리의 기술

어째서 이 비싼 가격이 저항 없이 받아들여지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손님을 더 이상 수동적인 ‘구경꾼’으로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손으로 직접 굽기 정도를 조절하고 지글거리는 소리와 고소한 향을 맡으며 완성한 멘치카츠에는 돈 이상의 애착이 생긴다. 서툰 솜씨로 직접 조립한 이케아 가구에 더 마음이 가는 것처럼 말이다. 지루하게 음식을 기다리던 시간이 오감을 만족시키는 놀이 시간으로 바뀌는 순간 가격표는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출처 : ザ・メンチ

여기에 심리적 쐐기를 박는 장치가 숨어있다. 직원이 눈앞에서 소스를 부어주는 ‘쇼’는 가장 강렬한 기억(Peak)을 남기고 무제한 리필되는 밥과 국은 만족스러운 끝(End) 경험을 선사한다. 결국 손님 머릿속에 남는 것은 가장 짜릿했던 순간과 만족스러운 마무리뿐이다. 길었던 대기 시간이나 비싼 가격은 전부 흐릿해진다. 손님은 1,980엔으로 멘치카츠를 산 것이 아니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시간’을 구매한 것이다.

당신의 가게는 무엇을 팔고 있는가

사실 이 전략은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뜨거운 돌판에 고기를 구워 먹던 ‘후쿠오카 함바그’나 개인 화로에 익혀 먹는 ‘규카츠’가 이미 한국 시장에서 그 성공을 증명했다. 특히 구매력 좋은 젊은 부부들이 모여 사는 광교나 다산 같은 신도시 상권에서라면 교과서처럼 참고해야 할 전략이다.

하지만 그대로 베끼는 것은 필패의 지름길이다. 개인 화로 세팅과 추가 서빙 동선 그리고 안전 문제까지 작은 주방과 홀 인력이 감당할 수 없다면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 저항을 깨는 ‘체험형 식당’에 도전하겠다면 성공의 원리를 훔쳐야 한다.

우선 소스에 한국인의 정체성을 섞어야 한다. 폰즈 대신 명란마요 소스를 내고 일본식 장아찌 대신 갓김치를 곁들이는 식의 변주가 필요하다. 또한 결정적인 10초를 지배해야 한다. 손님이 스마트폰을 꺼내 드는 바로 그 순간 말이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아니라 ‘연기 쇼’를 만들고 소스는 그냥 붓는 게 아니라 ‘소리’까지 연출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돈 한 푼 안 들이고 손님을 우리 가게의 마케터로 만드는 최고의 기술이다. 주력 메뉴 하나에 모든 전문성을 쏟아붓되 밥이나 반찬 같은 기본은 ‘이렇게 퍼줘도 남나’ 싶을 만큼 후하게 제공하는 균형 감각도 필수다. 그 지점에서 ‘비싸지만 아깝지 않다’는 인식이 고객의 뇌리에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