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을 타고 달린다: 산토리 NOPE가 탄산 시장 정체에 맞선 방법

역풍을 타고 달린다: 산토리 NOPE가 탄산 시장 정체에 맞선 방법

FBK 편집부
작성일: 2026년 4월 11일
수정일: 2026년 4월 11일

건강 음료 전성시대에 산토리 식품 인터내셔널이 오히려 고당도·고농도 탄산음료 신브랜드 NOPE(노프)를 출시했다.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회사는 정면 돌파 대신 역설적 포지셔닝을 선택했다. 죄책감을 즐기는 "길티 소비(ギルティ消費)" 트렌드와 20~30대의 "스트레스 용해(ストレス溶解)" 수요를 세 가지 시장 신호로 포착한 것이 전략의 핵심이다. 산토리는 NOPE를 2025년 최대 주력 신브랜드로 지정하고 2030년 말까지 누계 1,000만 케이스 달성을 공언했다.

성장이 멈춘 시장, 역주행을 선택하다

탄산음료 시장은 규모가 크다. 일본에서 미네랄워터와 동등한 수준이다. 그런데 성장하지 않는다.

무당 음료·무가당 차·미네랄워터가 선반을 넓혀가는 동안 탄산 카테고리는 자리만 지켜왔다. 산토리 식품 인터내셔널 SBF 재팬 상무집행임원 사토 아키요는 2025년 3월 17일 신제품 발표회에서 이 정체를 직접 언급했다. "새로운 도전으로 수요를 창조하고 탄산음료 시장을 활성화하고 싶다." 그 도전의 이름이 NOPE(노프)다.

출처: 산토리 공식 홈페이지 NOPE 브랜드 사이트

무게감이 다른 출시다. NOPE는 2012년 그린 다카라 이후 산토리가 약 14년 만에 내놓는 대형 신규 음료 브랜드다. 기존 브랜드 포트폴리오로는 공략할 수 없었던 소비자 집단을 향해 새 이름표를 내건 것이다.

산토리는 이 브랜드를 기존 탄산음료와 다른 축에 놓았다. 코카콜라냐 과즙 탄산이냐가 아닌 "스트레스 용해(ストレス溶解) 장면에서 선택되는 탄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 축이다. '스트레스 발산'이 아닌 '용해'다.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달고 진한 음료와 함께 흐물흐물 녹여내는 소비 경험을 겨냥한 개념이다.

세 가지 시장 신호를 읽었다

NOPE 개발의 출발점은 세 가지 소비 흐름의 교차점이었다.

첫 번째는 젊은 층의 스트레스 용해 수요다. 산토리 브랜드 마케팅 본부 오츠키 타쿠미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특히 젊은 층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 사람이 늘었다. 대인관계 피로와 SNS 피로를 배경으로 "혼자 빈둥거리며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행동이 20~30대 사이에서 확산됐다는 것이다. 과거처럼 친구들과 모여 음주하거나 노래방에서 발산하는 방식이 아니다. 1인 여가 시간에 혼자 스르르 녹아드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길티 소비(ギルティ消費, 죄책감 소비)의 부상이다.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탐닉하는 소비 행동이다. 후지경제(富士経済)가 2019~2024년 H·B 푸드 마케팅 편람과 2025년 외식산업 마케팅 편람을 통해 집계한 햄버거·치킨·도넛·포테이토칩·디저트 등 길티 푸드 시장은 최근 5년간 크게 성장하며 건강 지향 시장과 나란히 확대 중이다. 산토리는 여기서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동시에 추구하는 소비자의 이중적 욕망을 읽었다.

세 번째는 달고 진한 탄산에 대한 기호 수요다. 건강 음료 성장의 반대편에서 자라는 흐름이다.

산토리는 이 세 흐름이 하나의 제품 안에서 만날 수 있다고 봤다.

디테일이 전략이다

상품개발부 타케시타 유리는 "향이 풍부하고 달고 진한 중독성 있는 맛"을 구현하기 위한 세 가지 설계 포인트를 발표회장에서 공개했다.

출발점은 "달고 진함×오미(五味) 설계"다. 브릭스값(Brix, 당도 지수)을 일반 탄산음료보다 높은 13.3으로 설정하고 단맛·신맛에 그치지 않고 쓴맛·짠맛·감칠맛까지 복잡하게 배합해 두께 있는 맛을 층층이 쌓았다.

두 번째는 복층적 향미다. 완숙 과일과 열대 과일을 베이스로 시나몬·카르다몸 같은 스파이스를 얹고 바닐라와 초콜릿 계열 향을 숨겨진 향으로 가미했다. 총 99종 이상의 플레이버를 독자 블렌딩한 구성이다.

세 번째이자 NOPE만의 비밀은 길티 아로마 오일(ギルティ・アロマオイル)이다. 독자 개발한 이 오일이 블렌딩된 향을 음료 안에 가두는 역할을 한다. 마신 후에도 향의 여운이 오래 지속되도록 설계된 배합이다.

4단계 시음 [출처: 산토리]

발표회장에서는 이 복합적인 맛의 구조를 혀로 직접 확인하는 4단계 시음 코너가 운영됐다. 베이스 맛만 담은 샘플 P에서 시작해 과일 플레이버를 더한 샘플 Q, 스파이스·바닐라계 향을 추가한 샘플 R을 거쳐 모든 요소를 통합한 완성품 NOPE로 마무리하는 순서였다. 한 모금씩 마실 때마다 향의 층위가 쌓여가는 과정을 참석자들은 단계적으로 실감했다.

패키지도 기존 탄산음료 문법을 벗어났다. 탄산 카테고리에서 드문 검정과 마젠타 조합이다. 산토리 자체 조사에서 신브랜드임에도 탄산음료 사용자 대부분이 매대 앞에서 인지할 만큼 시인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맛 평가에서는 유당 탄산음료 사용자의 약 83%가 NOPE를 "맛있다"고 응답했다(자사 조사). 검정 탄산음료 카테고리 내 비교에서도 만족도가 높았다.

브랜드를 키우는 방식

산토리는 NOPE를 단일 제품으로 보지 않는다. "길티 소비의 상징 브랜드"로 키운다는 방향이다. 3월 21일부터 배우 이쿠타 도마·스즈카 오지·개그맨 안토니가 출연하는 TV 광고를 시작으로 교통광고·SNS를 아우르는 풀 미디어 전개에 나선다. 길티 푸드 브랜드와의 협업도 검토한다. 패션 분야와의 접점도 모색한다.

출처: 산토리

광고 연출도 브랜드 세계관을 충실히 반영했다. CM의 배경은 교도소 식당이다. 세 출연자는 죄수복 차림으로 등장해 길티 푸드를 마음껏 탐닉하고 NOPE를 들이붓는 장면을 연기한다. CM 송으로는 덴키그루브(電気グルーヴ)의 1993년 곡 "후지산(富士山)"을 채택했다. 이시노 탓쿄가 CM을 위해 특별 재구성한 버전이다. 강렬한 테크노 리듬 위에 욕망을 해방하는 이미지를 얹은 선택이다.

유통은 슈퍼·편의점·자동판매기 세 채널을 동시에 공략한다. 600ml PET(희망 소비자가 216엔)와 자동판매기 전용 340ml 캔(세금 별도 140엔) 두 사이즈로 구분한 것도 채널 전략의 일환이다. 사토 아키요 상무는 중기 계획에서 2030년 말까지 누계 1,000만 케이스(1케이스=24개) 출하를 목표로 제시했다.

역주행 전략이 남긴 질문

산토리의 선택은 대담하다. 건강 지향이 구조적으로 강화되는 시장에서 고당도·농후 탄산으로 승부를 걸었다. 회사 스스로도 건강 지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 전략이 얼마나 지지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인정한다.

그러나 전략의 논리는 명확하다. 탄산 시장 정체는 제품이 나빠서가 아니다. 기존 브랜드로는 넘지 못하는 소비자 심리의 벽이 있었고 산토리는 그것을 새로운 이름으로 넘으려 한다. NOPE는 그 연결고리를 "스트레스 용해"와 "의도적 탐닉"으로 새로 설정했다.

브랜드명 자체가 선언이다. NOPE는 영어권에서 "NO"를 구어체로 강하게 표현하는 단어다. 건강 음료 트렌드에 대한 거부이자 "좋은 것만 먹어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에 대한 반항이다.

정체된 카테고리를 깨는 것은 더 좋은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 장면을 만드는 일이라는 명제가 일본 탄산 시장에서 입증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