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황이 키운 '작은 사치' 시장 — 골디락스와 와타미가 증명한 프리미엄 생존법
경기가 나쁠수록 '작은 사치'는 팔린다는 법칙이 필리핀 F&B 시장에서 다시 증명되고 있다. 창업 60주년을 넘긴 베이커리 체인 골디락스(Goldilocks)는 경제 불안이 짙어지는 시점에 프리미엄 티라미수 케이크를 출시해 소비자의 '일상 탈출구' 수요를 공략했다.
일식 캐주얼 다이닝 와타미(Watami)는 '스모크 시리즈'라는 신규 메뉴 카테고리로 조리법 자체에 프리미엄감을 입히는 전략을 택했다. 두 브랜드의 접근은 다르지만 방향은 같다. 지갑이 얇아질수록 소비자는 '단 하나의 특별한 경험'에 더 집중한다.
불황기에 오히려 팔리는 케이크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외식업계가 마주한 오늘의 풍경이다.
필리핀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이 시점에 골디락스는 프리미엄 케이크를 출시했다. 창업 60주년을 넘긴 골디락스는 필리핀 최대 베이커리 체인 가운데 하나다. 기념일 케이크와 파살루봉(pasalubong, 귀가 선물) 스낵 시장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지켜온 브랜드다. 이 회사가 최근 꺼내든 카드는 시그니처 프리미엄 케이크 라인이다. 2025년 말 시그니처 초콜릿 케이크를 선보인 데 이어 시그니처 티라미수를 추가했다.

'작은 사치'의 설계도
시그니처 티라미수는 단순한 신메뉴가 아니다. 소비 심리를 겨냥해 설계한 제품이다.
4겹의 바닐라·모카 케이크에 진한 커피 시럽을 적신다. 사이사이 휘핑크림이 층을 이루고 위에는 실키 크림과 코코아 파우더로 마무리한다. 한 조각을 입에 넣으면 단맛과 쓴맛이 교차하며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게 만드는 맛이다. 원문 필자의 표현을 빌리면 이 케이크는 "경제적·지구적 불안으로부터의 작은 탈출구"를 제공한다.
도입가는 P799(약 20,000원)다. 고급 레스토랑 디저트 한 접시보다 낮고 일상적 케이크보다는 확연히 높은 이 가격대가 핵심이다. 매장 외에 SM 몰스 온라인과 골디락스 딜리버리 공식 사이트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접근성을 프리미엄 포지셔닝과 충돌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사야 할 이유는 충분하되 구하기 어렵지 않게 만드는 전략이다.
기존 브랜드가 단가를 올리는 법
골디락스가 택한 방식은 '프리미엄 서브라인 전략'이다. 기존 브랜드 신뢰도를 활용하면서 가격대를 한 단계 높이는 구조다. 브랜드를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 이미 쌓인 인지도가 새 라인의 진입 장벽을 낮춰준다. 60년의 브랜드 자산이 프리미엄 라인의 보증서가 되는 것이다.
조리법이 프리미엄을 만들 때 — 와타미의 훈연 전략
같은 시기 일식 캐주얼 다이닝 체인 와타미(Watami)는 다른 방식으로 같은 문제를 풀었다. 2012년 필리핀에 개점한 이후 전국 23개 매장을 운영하는 와타미는 돈가쓰·우동·라멘 전문 체인 등 경쟁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재정의가 필요했다.

마사아키 이시카와(Masaaki Ishikawa) 셰프 주도로 만든 해법은 '스모크 시리즈(Smoked Series)'다. 스모크 크리스피 피시, 스모크 연어 니기리, 스모크 오무라이스와 함박스테이크 조합이 라인업의 핵심이다. 재료를 바꾸지 않았다. 조리법에 '훈연(燻煙)'이라는 프리미엄 감각을 입혔다.
조리법 자체가 차별화 포인트다. 연어 타코 아부리를 스시 래더에 쌓아 비주얼 임팩트를 극대화하거나 돌솥 요리를 테이블 앞에서 직접 서비스하는 방식도 같은 맥락에 있다. 메뉴가 아니라 경험을 파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다.
한국 시장이 읽어야 할 신호
두 브랜드가 택한 전략의 공통점은 하나다. 기존 자산을 재가공해 프리미엄감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가 아니다. 이미 가진 것에 층위를 추가해 소비자 지갑의 다른 칸을 공략했다.
한국 베이커리 시장에서 고단가 케이크와 크루아상 붐이 지속되는 배경도 다르지 않다. 소비자는 모든 지출을 줄이지 않는다. 줄일 곳은 줄이고 '작은 특별함'에는 기꺼이 더 쓴다. 이 심리가 불황기 F&B 프리미엄 시장의 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