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콘서트 끝나도 매출은 계속됐다 — 대만 TWICE 콘서트 3일이 외식 매출 21% 끌어올린 방법
2026년 3월 20~22일 대만 타이베이 대경기장에서 열린 TWICE 월드투어 콘서트는 외식업과 숙박업 전반에 측정 가능한 매출 충격을 남겼다. 유니온 신용카드센터 집계 기준 해외 여행객의 대경기장 주변 외식업 소비는 21.73% 성장했고 숙박업은 19.01% 올랐다. 한린차관(翰林茶館)은 버블티에 멤버 9종 응원컵을 결합해 일상 음료를 팬덤 아이템으로 바꿨고 7-ELEVEN은 대만 출신 멤버 쯔위(周子瑜)와의 콜라보로 편의점 신선식품을 수집 경제에 편입시켰다. 세 사례의 공통점은 팬이 스스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확산시키도록 설계된 트리거를 F&B 브랜드가 먼저 제공했다는 데 있다.
사흘 만에 21% — 팬 경제가 외식 매출에 남긴 숫자
수치부터 확인한다.
유니온 신용카드센터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타이베이 대경기장에서 국제 콘서트가 열리는 기간 해외 여행객의 주변 외식업 소비는 21.73% 성장했고 숙박업 소비는 19.01% 상승했다. 비교 기준은 콘서트가 없는 동기간이다.
단순한 '콘서트 특수'가 아니다. TWICE의 3일 연속 공연은 일본·한국·동남아시아 팬들이 타이베이로 직접 이동하는 흐름을 만들었고 이들의 평균 도시 체류 기간은 2~4일에 달했다. 대형 호텔 여러 곳은 콘서트 수주 전부터 객실 점유율이 90% 이상에 도달했다. 공연을 보러 비행기까지 타고 오는 팬들은 입장 전후로 외식·쇼핑·체험 소비를 이어간다.

이 숫자가 한국 외식업 종사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한국이 이 흐름의 진원지이기 때문이다. Luminate 음악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기준 미국·영국·캐나다에 이어 세계 4위 음악 수출국이 됐으며 한국 아티스트는 전 세계 최소 12개 시장의 주류 음악 차트 상위 50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콘서트가 외식 매출을 21% 끌어올리는 구조는 대만만의 특수 상황이 아니라 K-팝이 닿는 모든 도시에서 반복될 수 있는 모델이다.
팬은 소비자가 아니다 — 마케터다
여기서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TWICE 콘서트 주변에서 형성된 소비 생태계를 보면 팬들은 응원컵 사진을 SNS에 올리고 포토카드 수집 현황을 공유하며 한정 음료를 손에 든 채 줄 서는 장면을 촬영한다. 이 모든 행동이 브랜드가 비용을 들이지 않은 마케팅 콘텐츠가 된다. 그들은 자발적으로 기획하고 자비로 제작하며 자신의 팔로워에게 배포한다.
팬 경제(粉絲經濟)의 본질은 이 지점에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팬덤 연결 고리가 생기는 순간 팬은 수동적 구매자에서 능동적 전파자로 변한다. F&B 브랜드가 해야 할 일은 이 전환을 유도하는 트리거를 정밀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버블티 한 잔에 멤버 9명을 담다 — 한린차관의 응원컵 전략
가장 직관적인 사례는 대만 버블티 체인 한린차관(翰林茶館)이다.

한린차관은 TWICE 콘서트에 맞춰 스타라이트 블루 버블티를 한정 복귀시키면서 멤버 9명을 각각 상징하는 응원컵 9종을 함께 출시했다. 팬은 자신이 응원하는 멤버의 컵을 직접 선택할 수 있었고 콘서트 티켓 또는 응원 소품을 지참하면 이 음료를 무료로 교환받을 수 있었다.
이 설계에는 세 가지 트리거가 동시에 작동한다.
정체성 신호
어떤 컵을 골랐느냐가 '나는 어떤 팬인가'를 드러낸다. 단순한 음료가 소속감의 표현 도구가 된다.
수집 충동
9종 중 내가 선택한 한 종은 다른 팬과의 비교와 공유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이것이 SNS 확산으로 이어진다.
낮은 문턱 참여
티켓이 없어도 응원 소품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어 공연장에 입장하지 않는 팬까지 흡수하며 시장 규모를 넓혔다.
결과적으로 한린차관의 버블티는 단순한 음료에서 '오늘 나는 ONCE(TWICE 팬덤 공식 명칭)였다'는 기억을 담는 그릇이 됐다.
도시락에 포토카드를 얹으면 — 7-ELEVEN × 쯔위의 수집 경제학
편의점은 더 정교한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7-ELEVEN 대만은 TWICE의 대만 출신 멤버 쯔위를 브랜드 대사로 기용해 한국·대만 신선식품 10종 이상을 출시하고 지정 상품 구매 시 한정 포토카드 6종을 증정하는 집점 행사를 진행했다. 포토카드를 모으면 노트와 아크릴 스탠드 같은 추가 굿즈로 교환할 수 있었다. 타이베이 대경기장 인근 매장에는 쯔위 테마 공간이 조성됐고 콘서트 전후 팬들의 인증샷 명소가 됐다.
이 구조가 일반적인 콜라보와 다른 점은 랜덤성과 집점의 결합이다. 포토카드 6종은 어떤 상품을 사느냐와 무관하게 랜덤으로 증정된다. 원하는 종류를 얻기 위해 반복 구매가 일어나고 중복된 카드는 다른 팬과 교환된다. 이 교환 행동이 SNS에서 또 다른 콘텐츠를 만들고 팬이 아니었던 잠재 소비자의 시선을 끈다. 수집이 완료되면 집점 굿즈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회성 구매가 아닌 연속 구매 사이클이 형성된다.
시정부가 설계한 야간 F&B 특수 — 7개 바의 무료 샷
이 흐름을 도시 차원으로 확장한 것이 타이베이 시정부 주도의 '타이베이 바 응원 기획'이었다.
.jpg)
시정부는 7개 테마 주점을 공식 파트너로 묶어 각 매장에서 응원 한정 칵테일을 출시하게 했다. 콘서트 티켓 또는 응원 소품을 지참한 팬에게는 무료 샷 한 잔이 제공됐다. 공연 종료 후 팬들의 자연스러운 이동 동선을 야간 외식 소비로 연결한 기획이었다.
이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F&B 브랜드 단독의 기획 없이도 정책 연계를 통해 팬 경제에 편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소 규모의 바가 개별적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팬덤 연계를 시정부가 플랫폼 역할을 하며 가능하게 만들었다.
소비를 게임으로 만드는 세 가지 설계 원칙=
세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 설계 원칙이 있다.
랜덤성·다버전·지역 한정의 결합이 첫 번째다. 이 세 요소가 겹칠수록 상품은 수집 대상이 되고 팬들의 자발적 공유 욕구를 자극한다. 한린차관의 멤버별 응원컵 9종은 다버전이고 7-ELEVEN 포토카드는 랜덤이며 테마 매장과 한정 음료는 지역 한정이다.
두 번째는 저문턱 참여 설계다. 티켓이 없어도 응원 소품만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모션은 팬덤 바깥 소비자까지 흡수한다. 한린차관이 응원 소품을 교환 조건으로 설정한 것이 이 원리의 작동 방식이다.
세 번째는 SNS 확산을 전제한 경험 설계다. 응원컵·포토카드·한정 칵테일은 모두 '사진 찍고 싶어지는' 비주얼을 품고 있다. 팬의 인증 욕구를 자극하는 상품이 만들어지면 브랜드의 별도 SNS 마케팅 비용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이 세 원칙은 케이팝 팬덤이 없는 브랜드에도 적용 가능하다. 핵심은 아이돌이 아니라 '팬이 자발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지는 이유'를 설계하는 것이다. 수집 가능한 요소, 낮은 진입 장벽, 사진이 되는 비주얼. 이 세 조건을 갖춘 F&B 프로모션은 팬이 없어도 팬덤처럼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