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운맛 경제가 온다 - 95% 미국 레스토랑이 먼저 움직였다
매운 음식이 글로벌 외식 시장의 핵심 카테고리로 부상했다. 미국 레스토랑의 95%가 매운 메뉴를 운영하고 있으며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SNS 챌린지 하나로 2024년 미국 매출 2억 8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외식 업계가 일시적 열풍으로 소비하던 매운맛 트렌드가 구조적 성장 카테고리로 굳어지고 있다는 시그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숫자부터 보자
미국 레스토랑의 95%가 매운 메뉴를 제공한다. 미국 컨설팅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84%가 매운 음식을 선호한다. 이는 특정 고객층의 취향이 아니다. 매운맛은 이미 미국 외식 시장의 기본 스펙이 됐다.
대만 소형 훠궈 업계도 같은 흐름을 체감하고 있다. 연쇄 소형 훠궈 매장 직원 장유훙(莊宥閎)은 "근 몇 년간 매운 메뉴 주문 비율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겨울철 매운 메뉴 주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 주요 고객은 28~35세 직장인이다. 자극적이고 층위 있는 맛을 찾는 이 세대는 매운맛을 미각의 기억점으로 삼는다.
불닭이 증명한 것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은 매운맛 경제의 가장 선명한 사례다. 틱톡(TikTok)에서 시작된 먹방 챌린지가 기폭제가 됐다. 국경을 넘은 현상이었다. 유럽과 미국의 젊은이들이 참여했다. 이러한 챌린지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이라 볼 수 있다.

결과는 수치로 나타났다. 2024년 삼양식품의 미국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인 2억 8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2025년에는 60% 추가 성장이 예측된다. 하나의 챌린지 포맷이 만들어낸 성장 곡선이다.
왜 이 세대는 매운맛에 열광하는가
과학적 설명이 있다. 캡사이신(capsaicin)이 유발하는 작열감은 뇌가 통증으로 인식한다. 뇌는 이를 완화하기 위해 엔도르핀과 도파민을 분비한다. 통증이 지나간 자리에는 흥분감과 성취감이 남는다. 한 번 이 사이클을 경험한 소비자는 다시 매장을 찾게 된다. 재방문을 끌어내는 생화학적 원리다.

한국식 스위트 스파이시(甜辣, 달콤한 매운맛)는 이전 세대가 열광하던 마라와 결이 다르다고 허성웨이는 분석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전 세계에 영향력을 키우면서 음식 취향도 함께 이동한 것이다. K-콘텐츠가 만들어낸 K-푸드 수요다.
매운맛은 여름도 막지 못한다
아시아에서 매운 음식 문화는 뿌리가 깊다. 중국의 쓰촨·후난 요리, 인도 카레, 한국 떡볶이. 대만의 마라 훠궈도 마찬가지다. 허성웨이는 "대만은 한 해의 절반이 여름이지만 마라 훠궈 시장은 여전히 거대하다"고 말했다. 더위가 매운 메뉴의 수요를 꺾지 못한다는 뜻이다. 계절 제약 없이 매출을 견인하는 카테고리라는 점이 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

대만 훠궈 업체들도 메뉴를 확장하고 있다. 기존 4가지 매운 맛 외에 채식주의자를 위한 채소 마라탕을 추가했다. 매운맛 메뉴가 더 넓은 고객층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기회 옆의 경고
단 하나의 주의가 따른다. 한 신장내과 전문의는 성인의 하루 캡사이신 섭취량이 2,400mg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한다. 과다 섭취 시 설사와 위식도 역류가 시작되고 장기적으로는 점막 조직 손상과 발암 위험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달콤한 매운맛의 높은 나트륨 함량은 고혈압과 신장 기능 저하로 연결된다. 혈당 조절이 필요한 당뇨병 환자는 단맛을 더한 매운 소스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국내 외식 업계 입장에서 이 경고는 기회이기도 하다. 나트륨과 당을 조절한 매운 메뉴는 새로운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