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맛→참여→이야기, 중국 MZ 식품 소비의 새 문법
중국 배달 플랫폼 딩동마이차이가 자체 브랜드 딩동 V5로 연속 히트 상품을 내놓으며, 요거트 한 카테고리에서 '감성 가치 3층 구조(맛 만족 → DIY 참여 → 지역 문화 스토리텔링)'가 어떻게 제품 경쟁력으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내 식품 마케터와 신제품 기획자가 감성 설계 프레임을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중국발 케이스로 주목할 만하다.
"맛있다"는 입소문만으로 식품 트렌드를 주도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소비자들은 음식 사진을 찍고 공유하며, 이 과정에서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하나의 밈(meme)이나 콘텐츠의 일부가 되어야 살아남는다. 중국의 신선식품 플랫폼 딩동마이차이(叮咚买菜)의 최근 행보는 이러한 변화를 가장 기민하게 포착한 사례로 꼽힌다. 이들은 단순한 식자재 배달 앱을 넘어 소비자에게 '기획된 경험'을 파는 곳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능성이냐, 즐거움이냐: 요거트 시장을 가르는 기준
최근 중국 요거트 시장은 제로 슈거·고단백을 강조하는 '기능성 시장'과, 먹는 재미를 극대화한 '간식형 시장'으로 확연히 나뉘고 있다. 치열한 간식형 요거트 시장에서 선택받기 위한 핵심 무기는 다름 아닌 '감성 가치(Emotional Value)'다.

단순히 미각을 만족시키는 것을 넘어, 직접 재료를 조합하며 노는 재미를 주고 제품 이면에 담긴 지역 문화나 식재료의 이야기를 함께 전달해야 한다. 맛, 재미, 스토리가 맞아떨어질 때 식품은 비로소 소비자의 일상에 파고드는 문화 코드가 된다.
하얀 요거트의 공식을 깬 '검은색'의 심리학
수면을 테마로 한 '완안헤이 요거트(晚安黑酸奶, 굿나잇 블랙 요거트)'는 이러한 전략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 결과물이다. 현대 직장인들의 만성적인 수면 부족에서 착안한 이 제품은 내몽골 지역의 수면 보조 유산균과 귀리를 결합해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지점은 제품의 색깔이다. 오징어 먹물을 더해 기존 요거트의 상징인 '흰색'을 버리고 과감히 '검은색'을 택했다. 시각적으로 밤과 숙면을 직관적으로 연상하게 만든 것이다. 포장을 뜯기도 전에 "잠이 잘 올 것 같다"는 심리적 암시를 주는 이 방식은 단순한 식품 기획이라기보다는 치밀하게 계산된 체험 설계에 가깝다.
소비자를 창작자로 만드는 DIY 패키징
감성 가치 중 '참여'의 요소를 극대화한 사례로는 '나이쟈오커우 요거트(奶嚼口酸奶酪)'가 있다. 이 제품은 요거트 본품 외에 볶음쌀과 설탕 파우더를 따로 제공한다. 소비자는 마치 레고를 조립하듯 자신만의 비율로 재료를 섞어 먹는다.

수동적으로 먹기만 하던 행위가 능동적인 창작 놀이로 바뀌는 순간이다. 여기에 내몽골 유목 문화의 전통 방식이라는 스토리가 더해지면서, 소비자들은 단순히 맛집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든 특별한 문화 체험"을 SNS에 자발적으로 퍼뜨리게 된다.
트렌드를 쫓지 않고 '자산'으로 만드는 시스템
연이은 히트작의 배경에는 '강력한 차별화, 선명한 시각적 특징, 지역 문화가 담긴 감성'이라는 공통된 기획 공식을 시스템화한 역량이 있다. 특히 소셜 미디어의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전담 조직을 두고 급상승 키워드가 포착되면 기획부터 디자인까지 전 부서가 즉각적으로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었다. 반짝하는 유행을 일회성 소비로 끝내지 않고 브랜드의 지속적인 자산으로 흡수해 내는 것이다.
탕후루와 마라탕의 나라, 한국 시장이 얻을 힌트
탕후루, 마라탕, 두바이 초콜릿 등 소셜 미디어발 메가 트렌드가 끓어올랐다가 빠르게 식어버리는 국내 식품 생태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유행을 쫓는 데 급급하기보다 이를 장기적인 브랜드 생명력으로 연결하려면 기획의 관점을 바꿔야 한다.
제주 한라봉이나 강원 황태 같은 지역 특산물을 일상적인 '간식 포맷'으로 재설계하고 소비자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참여형 패키징'으로 자발적 바이럴의 판을 깔아주며, 제품의 이름과 색감 자체가 하나의 뚜렷한 메시지가 되도록 '시각적 설계'를 통합해야 한다.
먹기 전의 기대감, 먹는 순간의 재미, 먹고 난 후의 공유하고 싶은 욕구. 이 경험의 여정 전체를 기획하는 것이 소셜 미디어 시대 식품 비즈니스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