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코벨 '프레스코 스타일'이 입증한 주문 전략
타코벨(Taco Bell)이 2007년 도입한 '프레스코 스타일(Fresco Style)'은 유제품·마요 소스를 다진 토마토로 대체해 칼로리를 최대 25% 줄이는 메뉴 수정 옵션으로 크런치랩 슈프림 등 기존 메뉴를 비건 친화 버전으로도 전환한다. 별도 라인 개발 없이 기존 메뉴 구조 안에서 다양한 식이 수요를 흡수하는 이 전략은 R&D 비용과 메뉴 복잡도 압박이 높아지는 국내 외식 업계에 유효한 참고 모델이 된다.
메뉴판을 바꾸지 않고 고객을 바꾼다
새 메뉴를 내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 타코벨은 '프레스코 스타일(Fresco Style)' 이라는 주문 옵션 하나로 이 명제를 18년째 증명하고 있다.
작동 원리는 단순하다. 사워크림·나초 치즈·슈레드 치즈 같은 유제품 토핑과 마요 계열 소스를 다진 토마토로 교체하는 것이 전부다. 단순한 재료 치환이지만 효과는 명확하다. 타코벨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수정 옵션 하나로 칼로리를 최대 25% 줄일 수 있다. 메뉴에 따라 감축 폭은 다르지만 적용 가능한 범위는 타코벨 메뉴 전체에 가깝다.

고기 없이, 치즈 없이 - 비건 한 끼로의 전환
프레스코 스타일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비건 고객을 위한 진입로가 된다는 점이다. 타코벨의 크런치랩 슈프림(Crunchwrap Supreme), 빈 앤 라이스 부리토(Bean & Rice Burrito), 크런치 타코(Crunchy Taco)는 모두 프레스코 스타일 요청만으로 비건 친화 메뉴로 전환된다. 동물성 토핑을 걷어내는 대신 다진 토마토가 신선한 산미를 더한다.
별도의 비건 전용 라인 없이 기존 메뉴를 그대로 활용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비건·채식 고객이 메뉴판 앞에서 선택지를 찾아 헤매는 대신 같은 메뉴판 안에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메뉴 수를 늘리지 않고도 고객 저변을 넓히는 구조다.
2007년 다이어트 붐에서 2020년 리뉴얼까지
프레스코 스타일의 시작은 2007년 12월 31일이다. 영양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에 타코벨은 지방 10g 이하를 기준으로 한 9가지 프레스코 메뉴를 선보이며 피에스타 살사(Fiesta Salsa)를 시그니처 교체 재료로 내세웠다.

이후 고객이 직접 수정 옵션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면서 교체 재료는 피코 데 가요(pico de gallo)로 바뀌었다가 2020년 메뉴 개편을 거쳐 현재의 다진 토마토로 정착했다. 단종된 메뉴가 숱한 타코벨에서 프레스코 스타일만큼은 살아남았다. 18년이라는 수명이 이 옵션의 시장 내 유효성을 말한다.
디지털 플랫폼이 커스터마이징을 공식화하다
2025년 여름 타코벨은 고객이 직접 변형한 메뉴를 홍보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론칭했다. 커스터마이징을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공식화한 움직임이다. 프레스코 스타일 역시 이 흐름 위에 있다.
다만 현장의 목소리는 복잡하다. 앱으로 주문하면 정확하게 적용되지만 매장에서 직접 요청하면 적용이 들쑥날쑥하다는 고객 불만이 레딧(Reddit) 커뮤니티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앱에서 선택하면 제대로 나오는데 직접 요청하면 모르는 직원이 적지 않다"는 후기가 이를 뒷받침한다. 공식적으로 폐지된 옵션은 아니지만 일관된 경험을 보장하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메뉴 확장 없는 고객 저변 확대
프레스코 스타일이 한국 외식 시장에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비건·저칼로리·특수 식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반드시 새 메뉴를 만들어야 하는가.
타코벨의 사례는 기존 메뉴 구조를 유지하면서 수정 옵션을 설계하는 방식이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R&D 비용과 메뉴 복잡도를 최소화하면서도 다양한 고객층을 끌어안는 이 접근은 인력난과 원가 부담이 커지는 국내 외식 환경에서 참고할 만한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