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객의 ‘놀이’가 ‘돈’이 되는 시대: 틱톡 밈을 신제품으로 만든 코카콜라, 외식업 생존 공식을 다시 쓰다
온라인상의 스쳐 가는 유행, 그저 ‘요즘 애들 노는 법’이라 치부하고 계신가? 세계 1위 음료 기업 코카콜라가 그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 Z세대의 틱톡 챌린지에서 영감을 얻은 한정판 신제품으로 시장의 허를 찌른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이벤트성 마케팅을 넘어, 디지털 시대 고객과의 소통 방식과 제품 개발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대한 사건이다. 치열한 경쟁 속 돌파구를 찾는 외식업 사장님이라면, 코카콜라의 이 ‘영리한 실험’에서 반드시 읽어내야 할 생존의 코드가 있다.
‘스프라이트 티’ 챌린지, Z세대의 놀이터에서 발견한 사업 기회
사건의 발단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의 놀이터인 틱톡(TikTok)이었다. 누군가 스프라이트의 상큼한 레몬-라임 향에 홍차 티백을 넣어 마시는 영상을 올렸고, 이 ‘기발한 조합’은 순식간에 유행처럼 번졌다. ‘#SpriteTeaChallenge’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수많은 모방 영상이 쏟아졌다.

과거의 기업이라면 흘려버렸을 법한 이 작은 움직임을, 코카콜라는 놓치지 않았다. 단순한 유행 편승이 아니다. Z세대의 소비 코드를 정확히 꿰뚫은 고도의 전략이다. 코카콜라는 북미 시장에 ‘스프라이트 + 티(Sprite + Tea)’라는 이름의 한정판 키트를 출시했다. 제로 슈거 스프라이트 캔과 두 개의 티백을 함께 묶어, 소비자가 직접 ‘스프라이트 티’를 제조하는 경험을 제공한 것이다.

코카콜라의 북미 브랜드 총괄 아운타 마피(Auntae Maffei)는 “젊은 소비자들은 음료를 마시는 행위 자체를 상호작용적인 경험으로 만들길 원한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이번 신제품의 핵심은 다음 세 가지다.
참여형 경험(DIY): 완제품이 아닌, 소비자가 직접 완성하는 ‘미완의 제품’을 제공해 재미와 성취감을 부여한다.
공유 가치(Social Value): 직접 만드는 과정과 완성된 음료의 독특한 비주얼은 자연스럽게 SNS 공유, 즉 ‘인증’으로 이어진다.
희소성(Scarcity): ‘한정판’이라는 꼬리표는 지금 아니면 경험할 수 없다는 조바심을 자극해 구매 욕구를 증폭시킨다.
결국 코카콜라는 음료 한 캔을 판 것이 아니라, Z세대가 열광하는 ‘놀이, 참여, 공유’라는 경험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코카콜라의 성공 방정식, 우리 가게 메뉴판으로 가져오기
이 거대 기업의 사례에서 소상공인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자본의 크기가 아닌, ‘관점의 전환’에 답이 있다.
1. ‘관찰’을 ‘기회’로 바꾸는 안목을 길러라
코카콜라의 시작은 고객의 사소한 행동을 포착하는 ‘관찰’이었다. 우리 가게 손님들은 남은 소스에 밥을 비벼 먹는가? 특정 메뉴 두 가지를 늘 함께 주문하는가? 온라인 후기에 ‘이렇게 먹으니 더 맛있다’는 그들만의 팁이 있는가? 이런 작은 신호들이야말로 시장이 보내는 가장 정직한 시그널이다. 고객의 ‘창의적인 간섭’을 새로운 메뉴 개발의 소중한 데이터로 활용해야 한다.
Action Point: 단골손님의 특별 주문, 온라인 리뷰 속 ‘꿀팁’을 정기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 ‘시크릿 메뉴’나 ‘추천 조합’으로 발전시켜보자.
2. ‘완제품’이 아닌 ‘경험’을 팔아라
코카콜라는 티백을 따로 제공하며 ‘만드는 재미’를 팔았다. 외식업도 마찬가지다. 고객이 직접 고기나 채소를 굽고, 원하는 토핑을 선택하며, 자신만의 소스를 제조하게 하는 모든 행위는 ‘참여형 경험’이다. 이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사진 찍고 공유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행위다. 고객은 음식값뿐만 아니라, 이 즐거운 경험에 기꺼이 지갑을 연다.
Action Point: 테이블에서 직접 완성하는 메뉴(치즈 폭포, 소스 붓기 등), 토핑이나 맵기 단계를 직접 선택하는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 옵션을 도입해 고객을 메뉴 개발의 공동 참여자로 만들어라.
3. ‘희소성’으로 구매를 재촉하라
‘한정판’은 언제나 강력한 무기다. 이는 소비자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심리를 자극해 즉각적인 행동을 유도한다. 작은 가게일수록 이 전략은 더 효과적이다. ‘이번 주말 한정’, ‘오늘의 스페셜’, ‘제철 재료 소진 시까지’ 등의 문구는 고객에게 방문해야 할 분명한 이유를 제시하며, SNS에 “나 이거 먹었다”고 자랑할 명분을 만들어준다.
Action Point: 시즌 한정, 요일 한정 메뉴를 기획해 꾸준히 신선함을 유지하고,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는 장치로 활용하라.
4. ‘인증’을 부르는 비주얼을 설계하라
코카콜라의 키트는 그 자체로 SNS에 올리고 싶은 디자인이었다. 메뉴의 맛은 기본, 이제는 ‘어떻게 보이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독특한 플레이팅, 감각적인 식기, 특별한 포장 용기 등 모든 시각적 요소는 잠재적인 온라인 홍보물이다. 메뉴 개발 단계부터 ‘어떤 각도에서 찍어야 예쁠까?’를 고민하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Action Point: 대표 메뉴의 플레이팅을 개선하거나, 가게 로고가 박힌 독특한 컵이나 포장지를 제작해 ‘인증샷’을 유도하라. 해시태그 이벤트를 연계하는 것은 기본이다.
마치며
코카콜라의 혁신은 거대 자본이나 첨단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고객과 시장의 작은 속삭임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그것을 비즈니스 언어로 번역해낸 ‘창의적 순발력’의 승리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객들은 당신의 가게에서, 그리고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놀이’를 만들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고객의 사소한 피드백, SNS에 떠도는 엉뚱한 레시피 속에 당신 가게의 ‘다음 히트 메뉴’가 숨어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