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버거는 왜 음반사를 차렸을까?

모스버거는 왜 음반사를 차렸을까?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7월 5일
수정일: 2025년 7월 5일

햄버거 프랜차이즈가 음반사를 차렸습니다. 심지어 소속 가수는 자사 아르바이트생이죠. 황당하게 들리는 이 이야기는, 사실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인 외식업계의 가장 영리한 생존 전략일지 모릅니다.

Executive Producer 오타 츠네아리(太田 恒有)
Mosrecords의 Executive Producer 오타 츠네아리(太田 恒有) (출처 : mosrecords)

왜 햄버거 가게는 앨범을 냈을까?

"우리 회사에서 일하면, 앨범 내고 데뷔시켜 드립니다."

만약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 공고에 이런 문구가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뜬금없다고요? 일본의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 '모스버거'는 실제로 이 일을 벌였습니다. 바로 '모스레코즈(MOS RECORDS)'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말이죠. 전국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즉 '캐스트'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열어 아티스트 데뷔를 지원하는 이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예상보다 훨씬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이겁니다. 모스버거는 왜 뜬금없이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뛰어든 걸까요? 단순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아닙니다. 여기에는 아주 치밀하고 날카로운 비즈니스적 계산이 숨어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건 Z세대를 겨냥한 가장 창의적인 채용 전략이자, 차세대 브랜딩 방식인 셈입니다.

lui
MOS RECORDS 제1회 오디션 합격자인 Lui의 ひとりじゃない앨범커버 (출처 : mosrecords)

'돈'이 아닌 '꿈'으로 유혹하다

외식업계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인력난'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습니다. 특히 젊은 인력의 공급이 줄면서, 사람을 구하는 것 자체가 기업의 가장 큰 숙제가 되었죠. 모스버거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보통 '직원 복지'하면 명절 선물세트나 휴가 지원 같은 걸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모스버거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한 겁니다. "어차피 우리 매장에는 아티스트를 꿈꾸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 그렇다면 회사가 그들의 꿈을 이뤄주는 무대가 되어주면 어떨까?" 라는 역발상이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야말로 '대박'이었습니다. 1회 오디션 이후, 모스버거의 채용 사이트 '리쿠모스' 지원자 수는 전년 대비 약 19.6%나 증가했습니다. 특히 프로젝트의 핵심 타겟인 10~20대 지원자는 21.6%나 늘었죠. 심지어 오디션 참가자 100팀 중 20팀은, 오직 이 '모스레코즈' 때문에 아르바이트에 지원했다고 합니다. 시급 몇백 원을 올려주는 것보다, '데뷔'라는 꿈을 미끼로 던진 것이 Z세대에게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간 겁니다.

이것은 단순한 채용 공고가 아니다

모스버거의 영리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히 사람을 뽑는 것을 넘어, 기업과 직원, 그리고 고객 모두에게 이로운 '일석삼조'의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모스레코즈 아티스트와 직원들 (출처 : 모스버거 홈페이지)

첫째, 직원들의 소속감과 만족도를 극대화합니다.

내가 일하는 회사가 단순히 월급을 주는 곳을 넘어, 내 꿈을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파트셔라고 느낄 때, 직원들의 마음가짐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실제 오디션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모스버거의 임원은 "돈만으로 맺어진 관계를 바꾸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이는 직원들의 잦은 이직을 막고, 매장 분위기를 활성화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죠.

둘째, 가장 독창적인 '오감 마케팅'을 실현합니다.

모스레코즈에서 데뷔한 아티스트 'Lui'의 노래는 모스버거의 신제품 광고 CM송으로 쓰였습니다. 전국 매장에서는 이제 Lui의 목소리로 안내 방송이 나오고, 그의 노래가 BGM으로 흘러나옵니다. 매장에서 나오는 소리가 그냥 배경음악이 아니라,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의 목소리라면 어떨까요? 이건 단순한 BGM을 넘어, 강력한 스토리텔링이자 브랜딩이 되는 셈입니다. 고객들은 귀를 통해 자연스럽게 모스버거의 새로운 이야기를 접하게 됩니다.

셋째, 지속가능한(ESG)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합니다.

최근 시작된 2회 오디션에서는 음악 부문 외에 '아트 부문'을 신설했습니다. 수상자는 낡은 매장을 리모델링할 때 벽화를 그리는 아티스트로 기용될 예정입니다. 매장을 부수고 새로 짓는 대신, 예술을 통해 공간을 '에모이(감성적인)'하게 되살리는 것이죠. 이는 폐기물을 줄이는 친환경적 효과는 물론, 아티스트에게는 작품 전시의 기회를, 회사는 리노베이션 비용 절감의 효과를 가져다주는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입니다.

햄버거 회사가 아닌 '사람 회사'로

결론적으로 모스버거의 ‘모스레코즈’는, 햄버거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사람’에 투자하고 ‘꿈’을 파는 회사라는 하나의 선언입니다. Z세대의 꿈을 응원하는 가장 힙한 방식의 채용 브랜딩이자, 돈과 시간을 넘어 마음을 얻는 새로운 직원 관리 모델이라고 할 수 있죠. 어쩌면 미래의 외식업은 '어떤 메뉴를 파느냐'가 아니라 '어떤 스토리를 경험하게 하느냐'로 승부가 갈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스버거는 그 질문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