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놓치고 있는 760,000명의 고객
코로나 팬데믹 이후 한국 관광 시장에 다시 활력이 돌면서, 특정 그룹의 관광객 증가세가 눈에 띕니다. 바로 '무슬림 관광객'이죠. 작년에만 76만 명, 전체 방한 외국인의 11%를 차지할 정도로 큰 손님들인데... 왜 이들은 한국에서 가장 큰 불편함으로 '음식'을 꼽을까요?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지나며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방문객 중 하나는 무슬림 관광객입니다. 한국을 방문하는 무슬림 관광객 수는 2022년 35만 9천 명에서 2023년 76만 명을 넘어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는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11%를 차지하는 수치로, 한국 관광 산업에서 무슬림 관광객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
무슬림 관광객이 겪는 가장 큰 불편, '음식'

하지만 무슬림 관광객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바로 '음식'과 관련된 불편함입니다. 한국관광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무슬림 관광객들은 한국에서의 가장 큰 관광 개선점으로 '음식'을 꼽았습니다.
마스터카드의 세계 무슬림 여행 지수(GMTI)에서도 한국의 할랄 음식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2점에 불과했습니다. 싱가포르의 90점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왜 무슬림 관광객은 한국에서 음식 불편을 겪는가? '할랄'의 이해
무슬림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음식과 관련된 불편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할랄(Halal)'의 개념과 관련이 깊습니다. 할랄은 무슬림에게 단순히 먹거리를 넘어선 삶의 방식입니다. 이슬람 율법에 따라 허용된 것만을 먹고 사용하는 것이죠.
식물성 음식, 해산물, 그리고 이슬람 방식으로 도축된 육류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한국에 온 무슬림 관광객 중 81% 이상이 할랄 음식을 선택한다는 통계는, 이들에게 할랄이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보여줍니다.
심각한 할랄 음식 인프라 부족
그러나 한국에서 이 필수를 충족시켜 줄 인프라는 매우 부족합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할랄 음식을 제공하는 식당은 전국에 278개에 불과합니다.
서울의 경우, 전체 82만 개의 식당 중 122개만이 할랄 음식을 제공합니다. 이는 사실상 0.01%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이에 따라 "할랄을 엄격하게 지키는 우리 가족은 갈 수 있는 식당이 많지 않다"는 말레이시아 관광객의 불만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태국에 3500개가 넘는 할랄 식당이 있고, 일본 편의점에서는 할랄 인증 도시락까지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보 부재로 인한 불편 가중
더 큰 문제는 정보의 부재입니다. 할랄 식당의 수가 적은 것도 문제지만, 그마저도 어디에 있는지, 어떤 음식을 파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웹사이트의 정보는 이미 폐업했거나 더 이상 할랄 메뉴를 제공하지 않는 곳이 많아, 관광객 입장에서는 큰 불편을 초래합니다. 결국 "SNS로 검색하면 대부분 이태원에 있다"는 인도네시아 관광객의 말처럼, 정보 부족이 무슬림 관광객들을 특정 지역으로만 몰리게 합니다.
'한국식 할랄'에 대한 강한 니즈

무슬림 관광객들은 단순히 할랄 음식점의 숫자만 늘리기를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에 왔으니 한식을 즐기고 싶다", "한국식 할랄 식당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처럼, '한국식 할랄'에 대한 강한 니즈가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한식을 제공하는 할랄 식당은 18곳에 불과합니다. 대부분 인도나 동남아식 식당입니다.
잠시 숨을 고르는 한국 관광 산업
한국관광공사는 현재 할랄 음식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 않습니다. 2021년까지 운영했던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 사업'은 종료되었으며, 앞으로는 외부 인증기관의 정보를 받아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잠재력이 큰 시장을 앞에 두고, 경쟁국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사이 우리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홍콩의 사례에서 배우는 시사점
홍콩의 사례는 이러한 상황에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홍콩 정부와 관광청(HKTB)은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슬림 친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명확한 정책 목표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HKTB는 무슬림 소비층의 "방대한 잠재력과 소비 능력에 자본화하기 위해" 홍콩을 무슬림 친화 관광지로 홍보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환대하는 것을 넘어, 명확한 비즈니스 전략입니다.
홍콩의 미슐랭급 중식당 '차이놀로지(Chinesology)'는 돼지고기 대신 와규를 사용한 할랄 차슈를 개발하고, 할랄 인증을 위해 주방을 분리하고 식자재 관리를 철저히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기꺼이 거치고 있습니다.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친구들도 이 차슈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는 셰프의 말처럼, 문화 교류의 의미도 있지만 결국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비즈니스적인 판단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홍콩에는 이미 200개 이상의 할랄 식당이 있으며, 홍콩 최초의 할랄 한식당 '김치 코리안 퓨전' 같은 사례도 있습니다.
할랄 인증, '신뢰'의 상징이자 비즈니스의 기회

할랄 인증은 단순히 식자재를 넘어 주방의 청결, 조리 과정에서의 교차 오염 방지까지 포함합니다. "할랄은 단순히 식자재 문제가 아니라, 몸과 신앙 모두에게 좋은 깨끗하고 건강한 음식"이라는 홍콩의 한 식당 관계자의 말처럼, 무슬림들에게 할랄은 '신뢰'의 상징입니다. 홍콩의 식당들이 할랄 인증을 통해 무슬림 고객들에게 "우리 식당은 당신을 환영하며, 우리의 식자재와 조리법을 믿어도 좋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할랄 시장, 이제는 '기회'로 봐야 할 때
결론적으로 단순히 "무슬림 관광객이 불편하대"에서 그칠 문제가 아닙니다. 전 세계 인구 4명 중 1명이 무슬림이고, 이들의 소비력은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할랄 시장은 더 이상 틈새시장이 아니라, 우리 사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할랄,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할랄 인증을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무슬림 친화 레스토랑'으로 시작해볼 수도 있습니다. 돼지고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할랄 인증 식재료를 사용한 특정 메뉴를 개발하는 방식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당신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이들을 위한 선택지를 마련해두는 것입니다.
물론 주방을 분리하거나 인증 과정을 거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이 드는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홍콩의 사례에서 보듯, 이는 단기적인 불편함일 뿐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투자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 관광공사가 현재는 할랄 관련 인증 사업을 직접 운영하지는 않지만, 외부 전문 기관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홍보할 계획이라고 하니, 앞으로는 더 많은 정보와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이 시점에서 '할랄'이라는 키워드에 주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가게의 메뉴를 점검해보고, 무슬림 고객들을 위한 옵션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세요. 어렵게만 느껴졌던 '할랄'이 여러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