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횟집엔 '수족관' 대신 '양식장'?

미래의 횟집엔 '수족관' 대신 '양식장'?

FBK 편집부
작성일: 2025년 7월 14일
수정일: 2025년 7월 14일

만약 내일 당장 우리 집 주차장에서 갓 잡은 싱싱한 대하를 맛볼 수 있다면 어떨까요 공상 과학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주차장 단 한 칸의 공간에서 연간 수천 마리의 새우를 길러내는, 이른바 ‘컨테이너 양식’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바다를 쉬게 할 수는 없을까

출처 : freepik의 EyeEm

우리는 해산물을 사랑하지만, 바다는 지쳐가고 있습니다. 남획과 환경오염으로 어획량은 정체된 지 오래고, 그 대안으로 떠오른 해상 가두리 양식 역시 바다 환경에 의존한다는 명확한 한계가 있죠.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육상양식’입니다. 바다를 통째로 육지로 옮겨오겠다는 야심 찬 구상이었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습니다. 어마어마한 초기 투자 비용과 운영 노하우, 즉 ‘장인의 감’에 의존해야 하는 기술적 문제 때문에 ‘미래의 기술’로만 불릴 뿐, 우리 식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왜 육상양식은 ‘미래’라고 불리면서도 우리 곁에 오지 못했을까요 바로 이 질문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 스타트업이 있습니다. 일본의 ‘ARK(아크)’입니다.

‘덕후’ 셋이 모여 시작된 수산 혁명

ARK의 공동창립자(출처 : ARK Inc 홈페이지)

ARK의 시작은 흥미롭습니다. 기계공학, 마케팅, 설비 기술 등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세 명의 ‘바다 덕후’가 의기투합했죠. 마치 ‘타케노시타 전공’, ‘쿠리하라 기획’, ‘요시다 제작소’라는 세 회사의 합작 법인처럼 말입니다.

이들은 “우리가 사랑하는 바다와 맛있는 생선을 다음 세대에도 물려주자”는 아주 단순하고도 강력한 목표 하나로 뭉쳤습니다. 그리고 기존 육상양식의 판을 완전히 뒤엎는 아이디어를 내놓습니다.

‘대형마트’가 아닌 ‘스마트 편의점’ 전략

ARK-V1 (출처 : ARK Inc.홈페이지)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이겁니다. 기존 육상양식이 막대한 자본으로 거대한 ‘대형마트’를 짓는 방식이었다면, ARK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도심 어디에나 들어설 수 있는 ‘스마트 편의점’을 까는 전략을 들고나온 셈이죠.

이들의 무기는 주차장 한 칸(9.99㎡)에 쏙 들어가는 ‘컨테이너형 양식 유닛’입니다. 왜 하필 9.99㎡일까요 일본 법규상 10㎡ 이상부터는 ‘건축물’로 취급되어 각종 규제가 따르는데, 이를 절묘하게 피한 ‘신의 한 수’였던 겁니다.

이 작은 컨테이너가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요

1. 초기 비용이 수십, 수백억 원이 들던 기존 방식과 달리, 1,000만 엔(약 9,000만 원) 이하로 초기 투자 비용을 극적으로 낮췄습니다. 개인 어민이나 소상공인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규모죠.

2. ‘장인의 감’을 대체한 DX 수질, 수온, 먹이 공급을 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합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사육 환경을 유지하니 더 이상 ‘숙련된 전문가’의 감에 의존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는 곧 인건비 절감으로 이어지죠.

3. 에너지 비용 제로(Zero) 도전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는 ‘오프그리드(Off-grid)’를 지향합니다. 인건비와 함께 양식업의 가장 큰 비용 부담이었던 에너지 비용마저 줄여버린 겁니다.

‘양식의 민주화’

결론적으로 ARK가 파는 것은 단순한 양식 컨테이너가 아닙니다. 이들은 ‘누구나 도시어부가 될 수 있는 시스템’, 즉 지속가능한 식량 생산의 미래를 파는 것입니다. 어업인뿐만 아니라 호텔, 레스토랑, 심지어 일반 기업까지 잠재 고객이 될 수 있죠. 우리 동네 식당이 바로 옆 주차장 컨테이너에서 키운 싱싱한 새우로 요리하는 ‘궁극의 산지 직송’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과거 IT 기술이 정보의 민주화를 가져왔듯, ARK의 컨테이너는 ‘양식의 민주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거대 자본의 전유물이었던 육상양식을 우리 곁으로 가져와, 바다를 쉬게 하고 도시의 식량 자급률을 높이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셈입니다. 아쿠아포닉스를 넘어, 이제는 컨테이너 양식장이 도시의 풍경을 바꿀 차례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