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리비의 진짜 사냥감은 따로 있다
필리핀의 국민 패스트푸드 기업이 한국의 커피와 치킨 브랜드를 사 모으고 있습니다. 달콤한 스파게티로 유명한 졸리비가 YG나 JYP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흉내를 내는 걸까요 이 기묘한 행보, '돈의 흐름'이라는 단서를 따라가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사건의 재구성: 졸리비는 왜 '선수'를 영입할까?

최근 졸리비(Jollibee)가 컴포즈커피에 이어 노랑통닭까지 인수하며 한국 시장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필리핀 맥도날드'의 한국 상륙이 임박했다고 추측하지만, 이는 사건의 본질을 놓친 섣부른 판단일 수 있습니다. 졸리비의 진짜 속내는 매장을 여는 '선수'가 아니라, 선수를 키워 해외로 보내는 '프로듀서'에 가깝습니다.
오디션장으로 변한 한국 시장
왜 하필 한국일까요? 지금 한국의 외식 시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살벌한 '오디션장'과 같습니다. 1년에도 수십 개의 브랜드가 뜨고 지는 이 전쟁터에서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강력한 '흥행력'을 입증한 셈이죠. 졸리비는 이 혹독한 오디션을 통과한, 즉 리스크가 제거된 '준비된 스타'를 발굴하고 있는 것입니다. 굳이 맨땅에서 신인을 발굴하는 대신, 이미 실력과 팬덤이 검증된 아티스트와 계약하는 K팝 기획사의 전략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리스크 지우는 '프로듀서'의 공식

졸리비의 M&A는 단순히 브랜드를 사들이는 행위가 아닙니다. 이는 철저히 계산된 '플랫폼 비즈니스'의 설계도입니다.
검증된 IP 확보: 한국의 컴포즈커피, 노랑통닭, 홍콩의 팀호완, 미국의 스매시버거처럼 각 지역 챔피언들을 인수해 '성공 포트폴리오'를 구축합니다. 이는 흥행이 보장된 시나리오(사업 모델)를 사들이는 것과 같습니다.
글로벌 무대 장착: 인수된 브랜드에 졸리비가 가진 막강한 글로벌 유통망과 자본을 연결합니다. 한국이라는 치열한 무대에서 갈고닦은 운영 노하우와 브랜드 파워를 전 세계로 복제하고 확장하는 것이죠.
졸리비가 파는 것: '월드 투어' 티켓

결론적으로, 졸리비가 한국에서 노리는 것은 단순한 매장 매출이 아닙니다. 이들이 진짜 팔고 싶어 하는 상품은 K-프랜차이즈의 세계화'라는 월드 투어 티켓 입니다.
졸리비가 한국에 직접 진출해 맘스터치, 롯데리아와 힘겨운 싸움을 벌일 이유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이미 그 싸움에서 이긴 노랑통닭을 뉴욕과 마닐라에 선보이는 것이 훨씬 영리하고 수익성 높은 게임입니다. 컴포즈커피가 싱가포르에 진출한 것은 이 거대한 계획의 서막에 불과합니다.
이 사건의 마지막 퍼즐 조각은 서울 강남에 들어서는 졸리비 매장이 아닐 겁니다. 아마도 필리핀 마닐라 한복판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노랑통닭과 컴포즈커피의 모습이겠죠. 필리핀 거인은 지금, 음식이 아닌 '성공 공식'을 수출하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설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