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커피사 15곳은 ‘지속가능 원두’ 비율을 최대 99%라 했지만 가격·계약은 한 곳도 공개하지 않았다
커피바로미터 2026 조사에서 15개 대형 커피 기업이 밝힌 ‘지속가능하게 생산된’ 커피 비율은 9%에서 99%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가격 구조나 계약 조건을 공개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인증 기준이 기업마다 다른 데다 농가로 가치가 전달되는 가격·계약 정보까지 비어 있어, 인증 비율만으로 생산자의 경제적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보여준다.
지속가능 원두 9~99%, 계산 기준도 달랐다
커피 생산자 소득과 지속가능성을 다룬 커피바로미터 2026에 따르면, 15개 대형 커피 기업이 밝힌 지속가능 원두 비율은 9%에서 99%까지였다. 기업들은 서로 다른 내부·외부 기준과 지속가능성 정의를 사용했다. 따라서 같은 비율이라도 무엇을 지속가능하다고 인정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기업 간에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
가격과 계약 정보의 공백은 더 컸다. 조사 대상 15곳 가운데 가격 구조나 계약 조건을 공개한 기업은 한 곳도 없었다. 보고서 저자들은 가격 구조와 계약 조건을 농가에 가치가 전달되거나 전달되지 않는 메커니즘으로 지목했다.
인증 농가 비율과 인증 원두 생산량 비중도 같은 지표가 아니다. 기사에 제시된 수치상 라틴아메리카의 인증 농가 비율은 17%였지만 전 세계 인증 커피 생산량의 78%를 차지했다. 아프리카는 인증 농가 비율이 75%였지만 인증 생산량 비중은 13%였다. 이 수치는 지역별 성과의 우열을 뜻하지 않으며, 인증 농가 비율과 인증 생산량 비중을 구분해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높은 원두 가격에도 많은 농가가 생활소득 미달
보고서 저자들은 현재의 높은 커피 가격이 생산의 재정적 존속 가능성에 가까워지는 드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높은 가격만으로 진전이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가격 수준에서도 투입비 상승을 고려하면 많은 농가가 생활소득 기준에 미달한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 약 1,250만 커피 농가 가구는 2헥타르 미만 농지를 경작한다. 보고서가 꼽은 핵심 제약은 낮은 농가 수취가격과 작은 농장 규모, 제한된 노동력이며, 이 세 요인은 서로를 강화하는 것으로 설명됐다.
농가는 원두 대금을 받을 때 소득의 상당 부분을 이미 부채 상환과 생산비에 사용해야 한다. 가계 소비를 유지하고 낡은 자산을 교체하면 투자에 쓸 자본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다만 제공된 근거만으로는 가격 상승분이 농가와 무역상, 로스터, 소매업체 사이에 어떻게 배분됐는지 정량적으로 계산할 수 없다. 국가별 농가 수취가격을 생산비와 생활소득 기준에 대조한 자료도 제시되지 않았다. 확인할 수 있는 범위는 현재의 높은 가격과 투입비를 함께 고려해도 많은 농가가 생활소득 기준에 미달하며, 원두 시세만으로 농가의 투자 여력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구매표에는 인증률뿐 아니라 가격·계약 정보도 필요하다
보고서는 자발적 인증을 단독으로 시행했을 때 생산자의 경제적 이익과 노동권, 기후 적응을 일관되게 개선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대신 의무적 가격 투명성, 집행 가능한 생활소득 기준, 실제 생산비를 반영한 조달 관행을 핵심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 로스터와 프랜차이즈 구매팀은 공급업체 비교표에 다음 질문을 넣을 수 있다.
- 인증 비율: 지속가능 원두의 정의와 계산 기준은 무엇인가.
- 농가 가격: 농가 수취가격과 전체 가격 구조를 공개하는가.
- 비용 반영: 실제 생산비와 생활소득 기준을 구매가격에 어떻게 반영하는가.
- 계약: 계약 조건과 계약기간, 가격·물량 조정 기준을 확인할 수 있는가.
- 투자: 농가 지원 약속과 실제 집행액을 확인할 수 있는가.
이번에 제공된 근거에는 장기계약이나 기후 충격 시 위험분담 조항이 농가 현금흐름과 구매자의 공급 안정성을 개선한다는 실증 자료가 없다. 한국 기업의 조달 구조와 인증 프리미엄에 관한 자료도 없다. 따라서 특정 계약 방식의 효과를 전제하기보다 공급업체에 가격·계약·투자 자료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공급업체 비교표에서 인증 원두 비율 옆에 농가 수취가격, 생산비 반영 기준, 계약 조건 공개 여부, 농가 지원 집행액을 함께 놓을 수 있다. 이런 정보가 비어 있다면 인증 비율만으로 농가에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전달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