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요리 대중화 시대 개막, "된장을 잘라 쓰세요"

분자요리 대중화 시대 개막, "된장을 잘라 쓰세요"

FBK Tokyo Desk
작성일: 2025년 7월 21일
수정일: 2025년 7월 21일

"된장을 잘라서 쓰세요", "간장을 올려드세요"

한때 미슐랭 레스토랑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분자요리가 이제 일반 소비자의 부엌까지 진출하고 있다.

된장시트로 감싼 크림치즈 (출처 : fundodai 홈페이지)

150년 전통 기업이 선보인 혁신적 변화

1869년 창업한 일본의 조미료 전문기업 훈도다이(フンドーダイ)가 2025년 4월 출시한 '폼 투명간장'과 '리프 된장'은 요리계에 작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액체 상태의 간장을 거품으로, 된장을 0.2mm 두께의 시트로 만든 이 제품들은 출시 즉시 생산량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의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혁신이 150년 역사의 전통 기업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훈도다이는 이미 2019년 특수 기술로 간장의 색소를 분리해 만든 '투명간장'으로 150만 병이라는 놀라운 판매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분자요리, 파인다이닝을 넘어 대중화의 길로

출처 : fundodai 인스타그램

아산화질소 가스를 이용해 거품 형태로 만든 '폼 투명간장'(150mL, 2,160엔)은 약 30분간 거품 상태를 유지하며, 요리 위에 '올려' 사용할 수 있다. 한편 화학물질 없이 한천에 된장을 함침시켜 만든 '리프 된장'(21×15cm, 3매입, 2,592엔)은 종이공예처럼 '자르고', '말고', '끼우고', '감쌀' 수 있어 요리사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있다.

출처 : fundodai 홈페이지

이러한 제품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신기함 때문만이 아니다. 정량 사용이 가능해 음식의 간을 정확히 조절할 수 있고, 기존 액체 조미료로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식감과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는 실용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요리계의 패러다임 변화 신호탄

국내외 요리사들과 호텔 업계의 뜨거운 반응은 분자요리의 대중화 가능성을 시사한다. 과거 엘 불리(El Bulli)나 더 팻 덕(The Fat Duck) 같은 세계 최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볼 수 있었던 분자요리 기법이 이제 일반 소비자도 구매할 수 있는 제품으로 상용화된 것이다.

훈도다이의 성공은 전통 식품 기업들이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한국의 전통 장류 기업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추장 시트나 된장 폼 같은 제품이 등장한다면, K-푸드의 글로벌 확산에도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분자요리의 대중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의 새로운 경험에 대한 욕구와 소셜미디어 시대의 시각적 요구가 맞물리면서, 음식 업계 전반에 걸친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