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분기 연속 성장한 칠리스, AI보다 와이파이·주문기기부터 손봤다
미국 외식 체인 칠리스(Chili’s)는 인공지능(AI)이나 서빙 로봇 같은 신기술보다 매장 와이파이, 주문용 태블릿, 주방 화면을 먼저 정비했다. 이 시기에 동일매장 매출이 20분기 연속 성장했지만, 인프라 투자가 매출 증가를 직접 만들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한국 외식업체가 먼저 점검할 대상도 화려한 신기술보다 주문과 조리를 멈추게 하는 낡은 장비일 수 있다.
1,200개가 넘는 매장의 문제는 기본 인프라였다
칠리스(Chili’s)는 미국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 체인이다. 모기업 브링커 인터내셔널(Brinker International)의 최고정보책임자(CIO) 크리스 콜드웰(Chris Caldwell)은 2024년부터 미국 내 칠리스 매장의 느린 와이파이와 노후 기술을 교체해 왔다고 IT 전문 매체 IT 브루(IT Brew)에 말했다.
출발점은 현장 직원들의 불만이었다. 직원들은 느린 성능, 매장마다 다른 사용 경험, 시스템 장애를 지적했다. 칠리스는 매장 네트워크를 다시 설계하고, 장애가 발생해도 운영을 이어갈 수 있는 기능과 추가 대역폭을 넣는 2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칠리스는 미국 내 1,200곳이 넘는 매장의 와이파이 액세스포인트도 모두 교체했다. 영업 중단을 피하기 위해 설치는 밤에 진행했다. 점포 수가 많은 체인일수록 새 기능 하나를 추가하는 일보다 모든 매장에서 기본 연결이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가 운영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사례다.
주방 화면 9,000개와 주문용 기기 2만3,000대
기술 교체는 네트워크에서 끝나지 않았다. 칠리스는 주방 직원에게 주문을 보여주는 주방 디스플레이 시스템(KDS)을 현대화하고, 화면 약 9,000개를 터치스크린 신기술로 바꿨다. 주문이 주방에 전달되고 처리되는 과정에 쓰이는 장비를 정비한 것이다.
주문 입력에 쓰는 아이패드도 교체 대상이었다. 직원 의견을 듣는 과정에서 기존 기기의 노후화와 짧은 배터리 수명이 드러났고, 회사는 신형 직원용 기기 2만3,000대를 구매했다. 이는 AI 기능을 추가한 사례가 아니라 주문 접수라는 기존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현장 장비를 보강한 사례다.
칠리스는 주 서버가 고장 나도 운영을 계속할 수 있도록 장애 대응 기능을 갖춘 중복 서버도 매장에 추가하기 시작했다. 매장 운영자가 투자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새 기술의 시연 효과보다 주문 접수, 주방 전달, 결제와 같은 핵심 흐름이 어느 지점에서 멈추는지 먼저 측정할 수 있다.
성과는 확인됐지만 원인은 따로 봐야 한다
칠리스 마케팅 담당 부사장 스티브 켈리(Steve Kelly)는 20분기 연속 동일매장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IT 브루에 말했다. 그는 성과의 상당 부분을 직원 경험 개선과 업무 편의성 향상에 돌리면서,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매출 성장만으로 네트워크 교체나 태블릿 구매가 매출을 직접 끌어올렸다고 볼 수는 없다. IT 브루 기사에는 장비별 투자액, 교체 전후의 주문 처리 시간, 장애 건수, 인건비 또는 비교 매장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다. 따라서 칠리스 사례는 매출 효과가 입증된 투자 공식이라기보다, 인프라 개선과 매출 성장이 함께 나타난 운영 사례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일본 매체 보도에는 콜드웰이 칠리스 매장에서 서빙 로봇을 전면 철수시키고 AI 음성 전화 주문 도입 계획도 백지화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칠리스의 공식 발표문이나 콜드웰의 원문 인터뷰는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이를 칠리스가 AI 전략 전체를 포기했다는 뜻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한국 점포가 먼저 비교할 숫자
한국 외식업체가 이 사례를 그대로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매장 규모와 인건비, 기존 주문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신 AI·로봇 도입 예산을 검토할 때 최근 한 달간 와이파이 장애 횟수, 주문용 기기의 배터리 교체 빈도, 주방 화면 오류와 주문 재입력 건수를 먼저 비교할 수 있다.
이 숫자에서 반복되는 문제가 확인되면 새 기능을 붙이기 전에 네트워크 이중화, 주문 단말 교체, 주방 디스플레이 안정화의 비용과 회수 가능 시간을 계산하는 편이 우선이다. 반대로 기본 시스템이 안정적인 매장이라면 그때 AI 전화 주문이나 로봇이 줄일 수 있는 업무와 실제 투자비를 따로 비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