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복 소스로 밥 익히고, 1분에 200번 두부 써는 광둥 셰프
룽주(榕居)의 셰프 위안 바이쉰은 전복을 크게 내세우는 대신 전복을 졸인 소스로 밥을 익히고, 부드러운 두부는 1분 안에 약 200번 썰어 국화 모양으로 펼친다. 그의 요리에서는 재료를 더하는 것보다 온도와 수분, 식감의 관계를 다시 설계하는 선택이 두드러진다.
13세에 주방에 들어간 셰프
룽주(榕居)의 셰프 위안 바이쉰(Yuan Baixun·袁柏勳)은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모두 요리사인 광둥 요리 가문에서 태어났다. 약 13세에 주방에 들어간 그는 그곳에서 요리의 길을 시작했다.
그의 경력은 광둥 요리에만 머물지 않았다. 타이베이 카펠라에 오기 전 몰디브 리츠칼튼 중식당에서 행정주방장으로 일했고, 인력이 부족한 환경에서 이탈리아 요리·프랑스 요리·일본 요리 등 여러 분야를 지원했다. 이 경험은 광둥 요리의 전통과 별개로, 여러 조리 방식에 접근해 온 그의 경력을 보여준다.
룽주는 고전을 박물관처럼 보존하는 대신 새로운 맥락에 계속 배치하는 곳으로 설명된다. 위안 바이쉰은 광둥 요리 코스에서 상대적으로 정교하게 다뤄지지 않았던 당수와 냉채를 오늘날의 맥락으로 옮기는 문제를 고민한다.
해삼은 속을 채우고, 튀김옷은 거품처럼 만든다
‘선의 바삭한 백화소 해삼’은 해삼 자체의 외형을 강조하지 않는다. 신선한 호랑이새우를 손으로 다져 만든 새우장을 해삼 안에 채운 뒤 찌고, 다시 기름에 튀긴다. 달걀흰자를 휘저어 만든 튀김옷은 해삼을 감싸면서 가볍고 바삭한 거품 형태의 외피가 된다.
온도 변화가 식감의 핵심이다. 해삼은 먼저 160도 기름에 넣고, 거품이 생기면 찬 기름을 더해 온도를 140도로 낮춘다. 그 상태로 3분 더 튀겨 얇고 바삭한 튀김옷을 만든다.
생선탕에서는 버리는 물과 남기는 물을 구분한다. 생선은 먼저 찐 뒤 나온 물을 버리고, 껍질과 뼈에 남은 핏물을 씻어낸 다음 뼈를 끓인다. 센 불로 국물을 유백색으로 만든 뒤 중불로 낮추는데, 계속 센 불을 유지하면 콜라겐이 냄비에 눌어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탕에는 순더 요리의 세밀한 생선 손질과 광푸 요리의 풍부한 건더기 구성이 함께 들어간다. 생선살은 가늘게 발라내고, 쌀을 끓인 물인 ‘죽수’를 전분 농도 조절에 사용한다. 죽수는 국물을 걸쭉하게 하면서 쌀 향을 더하고, 국물과 건더기 사이의 질감을 무겁게 굳히지 않도록 한다.
전복은 밥을 맛내는 재료가 된다
전복 소스 전복 원앙밥에서는 전복의 역할이 뒤집힌다. 위안 바이쉰은 “밥이 주인공”이라고 설명하며, 전복을 졸인 소스로 태국산 묵은 찹쌀을 익힌다. 전복을 크게 보여주는 대신 전복의 풍미를 밥 전체에 스며들게 하는 구성이다.
마지막에 섞는 튀긴 쌀은 시간과 기름을 따로 관리한다. 쌀은 180도 기름에서 30초 안에 건져야 고온에서 팽창해 바삭해진다. 바삭함을 오래 유지하려면 동물성 기름이 아닌 식용유를 쓴다. 동물성 기름은 식으면서 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살과 겨울참외를 조합한 요리에서는 생선과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 생선을 찐 물은 비린 향 때문에 버리지만, 게를 찐 뒤 나온 물은 남긴다. 그 물로 겨울참외를 졸여 재료의 풍미를 이어간다.
디저트인 ‘국화 두부 단탕’은 칼질 자체를 식감과 형태를 만드는 공정으로 삼는다. 부드러운 두부를 1분 안에 약 200번 썰어 물속에서 국화 모양으로 피어나게 한다. 천패와 비파를 3시간 동안 달인 국물에 두부를 담아, 칼집이 벌어지는 모양과 부드러운 질감을 함께 보여준다.
룽주의 사례에서 고급 광둥 요리는 값비싼 재료를 앞세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어떤 물은 버리고 어떤 물은 남길지, 튀김 온도를 언제 낮출지, 주재료와 소스·밥의 역할을 어떻게 바꿀지를 재료별로 다시 결정한다. 그 선택이 한 접시의 형태와 식감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