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처럼 ‘없는 가치’를 빌려와 성공하기

고급 자동차 매장에서 햄버거를 팔고, 소시지에서 탄산음료 맛이 납니다. 최근 글로벌 F&B 브랜드들이 선보인 협업(Collaboration)은 단순한 공동 마케팅을 넘어섰습니다. 이것은 내 브랜드에 없는 가치를 외부에서 빌려와 생존 확률을 높이는 고도의 전략입니다.

맥도날드는 왜 벤츠와 손을 잡았나

지난 10월, 중국 맥도날드가 메르세데스-벤츠와 손을 잡았습니다. 베이징, 상하이 등 6개 도시의 주요 매장은 검은색과 금색을 활용한 '블랙골드' 테마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변신했습니다. 맥도날드 로고가 새겨진 벤츠 차량이 전시되었고, 소비자들은 한정판 '백송로 풍미 프렌치 햄 앵거스 버거'를 맛보며 특별한 공간을 경험했습니다.

‘프리미엄 이미지’와 ‘젊은 잠재 고객’의 만남

이들의 협업은 명확한 목적을 가집니다. 맥도날드는 벤츠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빌려와 일상적인 패스트푸드 공간을 특별한 라이프스타일 경험 공간으로 격상시켰습니다. 반대로 벤츠는 맥도날드의 거대한 트래픽을 통해 젊은 잠재 고객에게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이는 경쟁의 무대가 더는 '음식 맛'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선언입니다. 고객의 시간과 지갑을 점유하는 모든 브랜드가 경쟁 상대가 된 시장에서, 외식업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손잡아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협업의 두 가지 얼굴: 권위 수혈 vs. 화제성 제조

협업 전략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타납니다.

권위의 수혈: 전문가의 후광을 입다

첫째는 ‘권위의 수혈’입니다. 싱가포르 쉐이크쉑은 미슐랭 1스타 한식 레스토랑 '내음(Nae:um)'의 오너 셰프 루이스 한과 손잡고 갈비 소스를 넣은 앵거스 비프 버거와 고추장 치킨 버거, 막걸리 쉐이크를 출시했습니다. 이는 쉐이크쉑 브랜드에 '미슐랭 셰프가 만든 한정판 메뉴'라는 강력한 스토리를 더했습니다. 패스트푸드와 파인 다이닝의 경계를 허무는 이 시도는, 브랜드에 부족한 전문성이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가장 빠르게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화제성의 제조: 팔기보다 알리기 위한 상품

둘째는 ‘화제성의 제조’입니다. 음료 브랜드 닥터페퍼(Dr Pepper)는 소시지 제조사 존슨빌과 협업해 '닥터페퍼 맛 소시지'를 공개했습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서는 "절대 안 돼"라는 부정적 반응과 "당장 내 돈을 가져가"라는 폭발적 기대감이 충돌했습니다.

이 제품의 성공 기준은 판매량이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대체 무슨 맛일까?"라는 궁금증에 제품을 구매하고, 그 경험을 SNS에 공유하는 것까지가 상품의 역할입니다. 매출을 위한 메뉴가 아닌, 홍보를 위한 '미디어 상품'인 셈입니다.

화려함 뒤의 함정, 투썸플레이스가 던지는 경고

화려한 협업 전략에도 함정은 존재합니다. 투썸플레이스는 대표 메뉴 '스초생(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케이크의 인기를 발판 삼아 미국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은 5,201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국내 매장 수는 약 1,750개에 이릅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반복된 품질 논란이 있었습니다.

협업은 약점까지 증폭시키는 확성기

어버이날 시즌 한정으로 출시한 '화이트 플라워 케이크'는 장식을 걷어내자 아이싱조차 되지 않은 시트가 드러나 비판을 받았습니다. 포르쉐와 협업해 5만 8,000원에 출시한 '포르쉐 911 케이크'는 일부 제품이 뒤집힌 채 포장되어 본래의 콘셉트를 잃었고, 초기 대응 미숙으로 브랜드 신뢰도에 타격을 입었습니다.

협업은 브랜드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증폭시키는 확성기와 같습니다. 브랜드의 기본기, 즉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가 무너지면 아무리 성공적인 협업도 모래성이 될 수 있습니다. 'K-디저트'라는 후광에 기대기 전, 고객이 경험하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지키지 못하면 모든 전략은 의미를 잃습니다.

당신의 ‘벤츠’는 어디에 있는가?

당신의 가게 옆 꽃집, 동네 서점, 지역 양조장도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벤츠'는 어디에 있습니까?